천 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 - 자꾸만 행복을 미루는 당신에게
문요한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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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해답을 단 번에 말해준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

 

예전부터 받아들임을 다룬 정식의학서가 몇 권 출간되긴 했었지만, 바로 이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내가 알기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받아들인다"라는 말은, 쉽게 이해되는 표현이지만 사실 엄청난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받아들인다는 것이 문맥 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듯" 받아들이는 것인지, "삶이 원래 고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인지, 범주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받아들임에 대한 유사한 책이 몇 권 있었다. 특정 나이가 지나면 우리는 유년기의 이상과 결별하고 현실의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꽤나 비장하고 체념적인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내 친구는 심지어 그 책을 보고 울기도 했다. 당시에는, 해당 책의 저자가 남들이 하지 못한 말을 솔직하게 해준 것 같았다. 나역시, 유년기의 꿈꾸던 내가 아니었으므로 그 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 잠시 뭉클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의문이 들었다. 과거의 꿈과 결별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고, 또 그것이 보편적인 삶의 성장의례라면 참으로 비관적인 인생관이지 않은가? 나는 그저, 가끔 좌절도 실패도 하지만 거기서 꿈이 종말을 맞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변화할 뿐이다.

 

그렇게 반항심을 키워가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아예 정면으로 "받아들임"만을 책 한권으로 다룬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저자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말로 운을 떼지 않는다. 그의 받아들임은 현실에 대한 체념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라는 선인의 말씀과 닿아 있다. 즉, 근본적 해답으로 방향키를 돌리게 한다. 매우 발전적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주장 역시, 이 문제로 귀결된다. 나 자신이 누구인가? 왜 저자가 책 제목을 "천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 해답은,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저 인간으로서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답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실하고 친절하다. 해박한 지식을 통해 삶의 문제를 그리 어렵지 않게 다루고 있다. 다양한 인용구와 연구 사례를 충실하게 알려주어 의견을 뒷받침하고, 동시에 읽을 거리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때문에 스토리북이 아닌데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큰 미덕 중 하나이다.

 

책의 표지 디자인도 의미심장하다. 잘 다듬어진 건장한 나무들이 줄을 잘 맞춰서 일렬로 서있다. 그리고 그 정원의 마지막에는 배열을 이탈한, 작고 아무렇게나 놓인 나무 한그루가 있다. 새들은 바로 이 나무의 가지로 날아든다. 가치의 지향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가지를 모두 쳐낸 나무에는 새가 살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가꾸어갈 때, 생명이 살아 숨쉬는 나무가 될 수 있다.

 

문요한의 <천 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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