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만든 선물 - 2021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전재신의 박물관 학교 5
전재신 지음, 오세나 그림 / 씨드북(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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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라는 귀여운 소녀가 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왕실에 들어갈 그릇을 만드는 일을 하고, 특히나 아버지는 화청장인 그런 소녀다. 이 소녀가 백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본인의 즉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찬찬히 과정을 설명해 준다. 자칫 교육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설명 덕분인지 크게 지루하거나 재미없지 않았다. 그 부분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역사나 물건도 그 과정이나 생산 공정을 설명서처럼 기계적으로 설명하면 누구나 그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흙을 구해 고운 가루로 만들고, 그 가루를 발로 밟아 흙으로 만들고, 그 흙으로 항아리나 접시나 병을 만들어 한 번 굽는다. 구은 그릇에 그림을 그리고 유악을 바른 후 다시 한번 굽는다. 문장으로 적으며 단출한 과정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서로 도우며 공을 들여야 멋지고 아름다운 그릇이 완성되어 나온다. 이렇게 고생하지만 정작 하나 갖지 못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점이 불만인 진이의 모습에 백성들의 노고가 느껴지면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 (아이도 같이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꼭 백자에 밥 먹을 거야."라는 진이의 말을 나에게 여러 번 되뇌었다. 자기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백자에 밥을 먹을 거라며...) 마을 사람들 모두 달인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진이도 어린 손길로 여러 일을 구경하고 돕지만 정작 자신은 하나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서운한 마음. 그런 마음을 안 아버지께서 예쁜 꽃병을 선물한다. 꽃병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진이'이기에 더 귀하고 값진 선물일 것이다. 예쁜 꽃병을 좋아하는, 한복을 입고 있는 진이의 모습은 학교에 가기 전 아침밥을 먹고 있는 현대의 '진이'의 모습으로 바뀐다. 아이는 이 장면에서 "에이, 다 꿈이었네." 했다. 알고 보니 다 꿈꾼 거였다며 허탈해 했다. 하지만 허탈에 도달하기까지 찬찬히 읽어내려간 페이지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백자에 대한 여러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어 엄마로써는 뿌듯했다. 분원 초등학교 2학년 1반인 진이. 마지막 설명 페이지까지 읽으면 왜 분원 초등학교인지 알 수 있는데, 아직 어린아이는 텍스트 페이지는 건너뛰더라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면 다시 한번 슬쩍 권해서 읽혀볼 생각이다. 그전까지는 그림 위주로만 읽어도 충분히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그럴수록 과거와 역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지만 그만큼 돌아보고 살펴보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버겁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역사를 궁금해하고(아마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동요를 접하고 난 후부터인 것 같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 했다. 역사를 주로 인물 위주로 파악하고 읽어가는 아이에게 이렇게 역사적 소재 또한 소개해 주고 접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백자는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접하는 밥을 담고 국을 담는 그릇들도 괜히 새롭게 보이게 해주는, 만만하면서도 유익한 그림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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