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물건 괴물 아이앤북 창작동화 50
신은영 지음, 임미란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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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7살 우리 아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림책에서 조금씩 동화로 읽기 영역이 넓어지곤 있지만 그래도 글밥도 길고, 여러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해(예를 들면 홈쇼핑-우리 집엔 텔레비전이 없다, 미니멀 라이프-영어 단어 조합인데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까?)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많은 걱정이 그러하듯, 이 걱정 또한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었다. 아이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어했고, 재미있기 때문에 자주 스스로 읽었다. 우리 집에 물건 괴물이 살고 있다니, 내가 아이였어도 흥미롭고 관심이 갈 것 같은 제목이고 내용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집안에 쌓여가는 여러 물건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나 아이가 태어난 뒤로 집안의 물건이 왜 이렇게 쌓여 가는지. 유모차, 세발자전거, 킥보드, 두발자전거, 전동 자동차 등 탈것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난감은 어떠며 아이 옷과 신발도 계속 쌓여간다. (책도 늘어만 간다.) 물건이 늘어나다 보니 집이 좁아진다. 가끔 정말 이 집의 주인은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쌓여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러하다. 티라노를 뽑기 위해 자주 뽑기를 하지만 똑같은 스테고만 나와 스테고가 잔뜩 쌓여가는 나중이도 그렇고, 홈쇼핑에 현혹되어 택배 박스로 문이 안 열릴 만큼 물건을 주문하는 엄마도, 얼리어답터답게 새로 나오는 물건들은 사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빠도, 매일 같이 화장품을 사는 누나도 무엇엔가 홀린 듯 물건을 계속 산다. 풍요로움 속에 낭비가 반복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집안에 들이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집의 주인은 물건이 되어 버리고 만다. 물건 괴물이 나타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야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벼룩시장에 내다 팔고 정리해 나가는 나중이네.

 

 

아이가 자라며 훗날 아이가 살아갈 환경에 관심이 커지면서 나 또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으리라 다짐하곤 한다. 아이에게 무조건 넉넉히 사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적당히 사주기 위해 노력한다. 거의 매달 해피밀을 주문하며 받은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들, 킨더 초콜릿 안에 들어있는 더 작은 플라스틱들, 동전 넣고 돌려 뽑은 앙증맞은 플라스틱들, 약국에 들를 때마다 하나씩 집어오는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들. 아이에게도 이런 플라스틱은 썩지도 않고 지구를 아프게만 한다고, 꼭 필요하지 않은 거라면 사지 않는 게 좋다고 일러두고 아이가 무언가 갖고 싶어 할 때마다 그 물건이 정말 꼭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대부분은 꼭 필요하다기 보다 그저 갖고 싶고, 재미있을 것 같은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구매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아이는 그때그때 갖고 싶은 물건을 포기하기 어려워했고, 나는 아이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올바른 소비에 대해 깨우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이와 같은 교육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내용 자체가 흥미롭고 표현이 재밌는 동화책이다. 아이앤북 창작동화는 앞으로도 눈여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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