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모든 순간, 필요한 건 철학이었다 - 나를 채우고 아이를 키우는 처음 생각 수업
이지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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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에드문트 후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공자, 장 자크 루소, 존 듀이, 장 폴 사르트르. 어떤가? 이름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리가 아프지 않는가? 이래서 사람들이 철학을 막연히 어렵고 두려워하는 걸 거라 생각한다. 유명하지만 나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이야기는 분명 뭔가 고상하고 심오하면서 동시에 꽈배기 같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짐작. 그럼에도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고, 철학자의 글을 읽어야 하고, 그 글이 무슨 내용인지 어렵다면 그걸 해석한 글을 읽고 또 읽어야 할 것이다. 철학도 어렵겠지만 육아 또한 만만치 않고, 내 손에 달린 새로운 생명을 반듯하게 키워내려면 찾아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짐하는 과정의 반복이 무수히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정해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스스로 터득하면 되고(터득이 단번에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뿌옇던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선명해져 가는 과정 자체를 터득이라고 본다.) 터득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 자체로 이미 성장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당장 궁금하고 시급한 몇 가지 주제를 친절하게 추려 설명해준 이 책이 있으니 걱정 말고 일단 책장을 열면 된다.

 

 

 

 

 

지금부터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에 대한 물음들을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철학자들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 줄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철학은 원래 정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사람들이니, 모처럼 솟아오른 '가족'에 대한 의구심들을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요? 인생의 해답은 남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스스로 터득하는 것. 저는 그 과정이 진짜 철학 하는 사람의 살아있는 철학함이라고 믿습니다.

p.128 어디까지가 가족일까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토요 철학교실'에서 많이 대두되었던 질문 열 가지에 대한 해답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아이 친구 관계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1), 아이를 잘 교육하고 있는지(2), 어쩌다 스마트폰에 푹 빠졌는지(4),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까(9), 왜 사는지 어떻게 죽을지(10) 등을 주제로 여러 철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함으로써 그에 대해 내가 그동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그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이 일어나고. 철학자들만큼의 커다란 깨우침은 아니겠지만 지금 당장 나의 상태나 상황을, 아이의 모습을, 아이와의 관계를 조금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매 장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이 참 유용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며 글을 읽을 때 놓치거나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해줬고,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이의 생각을 색다르게 볼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예상했던 대답이 아닌 답을 하는 아이를 보며 조금 놀랐달까.)

 

 

매일 보는 아이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으리라. 아이가 크고 자랄수록 그 부분은 더 커질 테고 그만큼 아이와의 간격은 벌어질 것이다. 그 간격을 여유로움과 서로에 대한 배려, 애정으로 채워야 부모 자식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원만하게 완성될 테다. (혈육이라고 그저 피로 끈끈히 연결될 것이라 믿지 않는다.) 사려 깊은 부모를 보며 아이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철학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일 테다. 이 책을 계기로 철학자들의 생각이 더 알고 싶어졌다. 철학을 그저 어렵고 막연한 분야로 치부하지 않고 더 찾아보고 더 읽어내야 할 것으로 만들어줬음에 이미 의미가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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