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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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작품이다.

고난과 상실에서 벗어나고 다시 일어서는 한 주인공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바움가트너는 아내 애나와 사별하게 된다. 애나는 수영을 좋아 했다. 물에 뛰어들어 애틋한 마음으로 열정적 고독이라고 하는 상태에 빠져들어 수영을 했다. 마음을 비워 내고 무아경으로 가라앉아, 자신과 단절시키고 물과 하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몸을 담그러 가겠다던 애나를 막지 못한 바움가트너는 여전히 마음에 그녀가 아른 거리고 슬픔에 젖어 그녀의 모든 것들이 그립기만 하다. 애나는 몸과 아주 평범한 동작마저 숭고한 자기표현과 우아함을 드러내는 행동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었다. 아무리 단순하고 아무리 평범한 인간적 몸짓이라도 그녀에게서는 빛이 났다. 애나는 번역가였다. 집에서 애나의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는 노래에 잠을 깰 때면 그 아름다운 소나타는 바움가트너에게는 감사할 따름이다. 애나와의 사별의 아픔의 시간의 틈은 어느덧 여섯 달이 흘러간다.

 

바움가트너는 움직임에서 얻을 수 있는, 생기를 회복한다.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믿음도 커진다. 그 후에는 정신도 새로 맑아졌고, 미래를 대하는 태도도 대담해진다. 즉시 미래를 향해 계획을 세운다.

 

애나가 죽기 전 남긴 216편 미출간 된 원고 중 세상에 내보내기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100편으로 묶어 시집을 출간한다.

그리고 바움가트너는 그가 과거에 시도했던 어떤 것과도 닮지 않은 색다르고 특이한 기획, 다른 자아들과의 관계 속에 있는 자아에 관한 심각하면서도 희극적인, 유사 허구적 담론을 담은 <운전대의 신비> 책을 집필한다.

 

코언이라는 학생이 애나의 작품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는지 문의하는 메일을 받게 된다. 그는 매우 고무된 상태로 코언을 집으로 초대하며 코언이 오기만을 고대하다. 그가 애나의 작품에 너무 가혹하고 편협하게 설정된 것이라면? 세상의 눈에 띄지도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코언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한다. 무엇보다 애나의 작품에 해를 주는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움가트너는 코언을 기다리다가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그러나 길은 점점 좁아지고 어둠은 몰려온다. 차는 숲속을 지나고 있다. 결국 사슴과의 충돌을 피하려다가 사고가 난다. 안전띠를 매고 있음에도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 이마가 운전대에 세게 부딪히면서 피부가 찢어지고 오른 쪽 눈으로 피가 난다. 그는 차를 고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옷깃을 세우고 앞서 지나쳤던 집들을 향해 침침한 겨울빛을 뚫고 걸어간다. 얼굴에 찬 바람을 맞으며 도움을 찾아 길을 떠난다.

 

죽음 뒤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 데도 아닌 거대한 곳>으로 들어 가는 것이다. 그곳은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공간, 소리 없는 무의 진공, 망각의 공허다.p75

 

다시 시작할 기회. 그다음에 어떤 좋은 또는 나쁜 일이 벌어지든 그 회오리를 뚫고 다시 한번 달려 나가 볼 기회.”p117

 

 

인간 삶이란 외로움과 잠재적 죽음이라는 고속 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려가는 통제 불가능한 차.”p228

 

열린책들 에서 책을 제공 받아 감사히 서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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