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책의 작가는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 임승남.
그는 태어나서 10대 후반까지 동물처럼 본능에 의지해 살았다.
그가 처한 환경은 배고픔, 도둑질, 싸움, 고문, 신고식, 징역,
죽음 같은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글 같은 세계였다.
가장 무식하고 폭력성 까지 갖춘, 사나운 짐승이었다.
소년원, 교도소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다가 마음을 잡고
수감 중에 공부를 한다. 한글,한자,영어. 그러면서 삶을 바꾸려
시도한다. 결핵으로 피까지 토하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기도 한다.
한 교도소에서 정 형을 만나게 된다. 그는 고려대학교 정문에
걸린 유신헌법 현수막을 지나칠 때마다 학생으로서 분노와
굴욕감을 느꼈고 현수막에 불을 질렀다. 그가 교도소에 들어
온 이유다.
작가는 형을 마치고 정 형과 재회한다. 정 형은 출판사 취직자리를 소개시켜 주었다.
업무는 서점에 책을 갖다 주고 팔린 책 대금을 수금해 오는 일. 그렇게 출판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군부독재에 저항한다.
어느 날 유명한 시인이 쓴 "나는 지하도나 육교에서 앵벌이를 하는 사람들한테는 절대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 돈을 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니, 아무도 온정을베풀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보게 된다.
작가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에는 답을 찾는다. 시인의 글에는 '아무도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면' 이라는 성립될 수 없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그건 시인이 베풀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합리화 하려는 논리에 불과했다. 글에 농락 당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펜이 총칼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최인훈의
<광장>, 황석영의 <객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같은 소설책들을 접한다. 이런 책들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후 인문사회 쪽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되고
좋은 책을 내면 사회라는 흐린 물을 맑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는 수금을 위해 인천의 한 서점을 찾았다가 어떤 여성
두 명이 인문사회 분야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 동일방직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듯 싶었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한식집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 서점에서 책을 사던 이였다. 그녀는 훗날 작가의 아내가
된다.
일본에서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전태일 열사의 전기가 나왔다. 임승남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에서 이책을 낸다는 것에 작가는 어떤 운명적인 사명감으로까지 여겼다.
책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나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생활을 하며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결정한다.
첫째, 글을 쓴다. 둘째, 돌베개 출판사를 떠난다.
수감 생활을 마치고 그는 돌베개 출판사를 떠났고 글을 쓰며
이 책을 완성 한다.
책에는 강렬한 힘이 있다. 작가는 교도소에서 <마음의 샘터>
라는 책을 읽고 구제불능에서 한 인간으로 돌아와 지금에
이르렀고 책이야말로 어둠 속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헤메고 있을 때 길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군부독재 시대를 이해 할 수 있으며,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하였는지 고스란히 알려 준다. 작가는 묵묵히, 강인하게 과거 역사를 직접 걸어온 실존 인물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지니는 순수한 마음의 세계. 그 동심이 내게도 있었으며,
그것이 인생의 출발이요 원점이었다는 것."
"자기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어떠한 난관이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키지도 않는, 있으나 마나 한 노동법을 화형 시키자.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노동법 책을 끌어안은 채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상태에서 친구들에 이렇게 외쳤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전태일 열사
🐉오늘을 끝으로 2023년도 모두 지나 갑니다.
2023년 마지막 저녁 안락하게 마무리 하시고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산북스 @dasanbooks 에서 책을 제공 받아 감사히
리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