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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책만보는 바보라는 책으로 이덕무를 알게되었다. 그책은 소설책으로 되어 있어서 그냥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쉽게 읽었는데 이번에 그 주인공인 이덕무가 직접 쓴 산문을 읽게 되었다 만약에 소설을 모르고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책에 미친 바보, 간서치라고 자신 스스로 말했던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자로 태어나서 사람취급도 못받고 어렸을때 부터 가난한 생활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었던 이덕무였기에 다른 꿈도 희망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학문에 매달리고 책을 가까이 하면서 생활하고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래서 또 책을 파고들게되고 그렇게 하다보니 정말로 책에 미친 바보가 되지 않았을까 그 시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덕무를 그렇게 만든것은 시대와 자신의 처지와 스스로의 선택이었을것 같다
책의 중간 부분에 며칠동안 밥을 굶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맹자 한질을 팔아 쌀을 사와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밥을 해먹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비참함을 참을 수 없어서 유득공을 찾아가 그 이야기를 하니 유득공도 자신이 가진 책을 팔아서 이덕무에게 술을 사주는 그 부분이 아주 인상깊었다 소설에서도 아주 눈물이 글썽하면서 읽었던 장면인데 이덕무 스스로 그 장면을 묘사하면서 어찌나 슬프게 느껴지는지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사랑하는 누이에게라는 산문이 있는데 누이가 가난한 집에 시집가서 고생만 하다가 결국 병을 얻어서 간호를 하러 왔지만 자신도 가난하여 약을 지어줄 수 없고 제대로 병구환을 못하고 결국은 누이를 28이라는 나이에 저 세상으로 보내고 나서 담담하게 쓴 글이다
어렸을때부터 누이와의 추억과 성장하면서의 감정들 그리고 누이를 허무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신세한탄에다가 슬픔이 절절하게 베여져나와서 코끝이 찡해진다
결국은 가난때문에 책도 팔아야 하고 자식들을 매일같이 굶겨야 하고 아픈 누이를 허무하게 보내야하는 자신을 책만 보는 바보 그리고 책에 미친 바보라 칭하는 것은 정말로 자조적인 목소리고 스스로의 자책같아서 책을 읽고나니 슬프다
말년에는 서자도 능력에 따라서 등용을 하는 정조의 부름을 받아서 규장각에 들어가서 벼슬도 하고 그동안 갈고 닦은 학문을 펼치고 적성현감도 지내는 등 관직에 나서지만 원래 허약한 체질인데다가 그동안의 가난과 고생으로 오랜세월 버티지못하고 50세도 되기전에 생을 마감하고 만다
지금까지도 이덕무의 책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책으로 전해지고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것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고 오로지 학문을 하고자 하고 스스로 정갈하고자 했던 깊은 영혼의 소유자였기때문이 아닐까
너무 바쁘게 살아야 하는 요즘에 책도 빨리 빨리 읽고 그저 베스트셀러목록에 있는 책들을 대충 읽어보는 그런 생활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