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맥스는 동성 친구들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탐구를 통해 깨달은 내용을 그때그때 반영하여 다양한 시도를 한다. 맥스는 이 프로젝트 끝에 결국 결혼식 들러리를 구할 수 있을까? 1년간의 처절한(?) 충격과 반성, 노력 끝에 친구에게 진실한 마음을 고백하는 맥스의 모습을 보면 깔깔 웃다가도 마지막 화에선 코끝이 찡해지는 시트콤 한 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맥스는 책을 시작하기 전 한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이 책은 나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었기에 그 범위가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등에 제한되어 있다." 이건 자신이 이 주제를 다루기에 매우 적합함을 은근슬쩍 어필한 게 아닐까?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상성'을 충족하는 남성우정의 독소를 다루려면 내부자의 시선이 필요한 법이다. 『여성 거세당하다』라는 페미니즘 책을 읽었다고 자신에겐 '유해한 남성성'이 없을 거라 철석같이 믿는 모습을 보면 저자는 완벽하게 자격이 있다.
읽으면서 젠더 규범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우정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그게 남성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만든다는 점도 인상 깊었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정' 자체에 대한 훌륭한 고찰이었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는가』를 읽으며 '어른으로서 친구가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상황이 친구와 나를 묶어주었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어른이 되어서도 우정을 유지하려면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정은 우리에게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준다. 스케줄을 조정해 날짜를 잡고, 만날 장소를 알아보고, 꾸준히 연락하고, 기념일을 챙기는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내야 한다. 진정한 우정은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이런 정신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쓰는 말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정에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준다. 저자는 망가진 줄도 모르고 망가져버린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한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연락하고, 고마움을 진솔하게 전하고, 먼저 나서서 모임을 조직하고, 친구의 기쁜 소식에 축하 카드를 보낸다. 물론 처음 하는 시도인 만큼 완벽하게 해내진 못하지만 그래서 저자의 노력이 더 와닿는지도 모른다. 우정을 위한다면 행동해야 한다. 마음은 행위 없이는 보이지 않는 법이고, 이건 우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친구'는 판타지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특정 시기의 축복 하에서만 가능하다. “이 관계는 나에게 중요하고 나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어”라는 메시지는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전달될 뿐이다.
책을 읽던 시기에 우연찮게 친구들과의 약속이 연달아 생겼다. 책을 읽으며 행동과 표현의 중요성을 실감했기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을 자리에 나가기로 했고, 친구를 만나서는 평소와는 달리 내 고민들과 생각들을 유머로 포장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최근 좀처럼 채워지지 않던 우정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안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저자가 머리말에 자신의 책이 '우정 사용 설명서'가 되길 바란다고 했을 땐 남자들을 겨냥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나도 이 설명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처럼 시간의 흐름 앞에, 혹은 여러 이유로 우정에 대한 회의가 드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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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