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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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 목차를 다시 훑어봤다. 일반적 자기개발서를 읽기 전후에 하는 행동인데 신기하게 이 책에도 통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스쳐갔다. 물론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여행에세이로 읽혔던 멀티북이라 말하고 싶다.


이름이란 뭘까? 그 사람을 그렇게 부르기로 우리끼리 정한 약속? 책은 S와 미나라는 두 명의 각기 다른 사람이 번갈아 쓴 것 같기도, 또는 한 사람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S로, 어떤 이들에겐 미나로 비치는 한 사람이 쓴 이야기일수도 있다. 한때 개그프로에서 인기를 얻었던 '다중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S와 미나처럼 나도 내속에 얼마나 많은 내가 존재할까?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명의 자신이 존재한다. 어쩌면 여행이란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외부에서만 찾던 이유를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더라도 '내 안의 또 다른 나'라는 친구를 만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우린 가끔 나의 이름이나 사람들 눈에 비친 나를 흉내내며 사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파스칼의 명언을 인용해본다.

많은 유명인들이 그렇듯 한때의 인기에 기대 유행처럼 책을 내는 유형들을 봤다. 'S와 미나'의 이야기를 읽기전 손미나라는 사람도 요란한 여행기와 자기포장이 아닐까 하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S가 됐든 미나가 됐든 그녀의 이름과 별개로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주는 메세지들이 포근했다.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고 자랑한다는 느낌이 아닌 남과 비교하지 말고 각자 자기를 들여다보라는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한 권의 편지 같기도 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을 위해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꼭 있고 그게 혹시 나는 아닐까하는 생각에 씁쓸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누구 하나 책을 쓰기 위해 추억속 그들을 소환해 소모시키는 인물이 없었다. 하모니카가 이어준 무인도 소년과의 우정, 칠순의 나이에 여행가이드를 하는 가비할머니, 아주 특별한 포르투갈 여행 지도를 선물한 로사 아줌마, 빈민가의 영화배우, 키가 2미터라 한국 이름이 '이미터'가 된 하와이의 유쾌한 가이드 등등... 목차만 봐도 내용과 사람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였던것 같다.

조만간 그녀의 전작들도 읽게 될것 같다. 어떤 재미난 여행과 보석같은 친구들을 자랑할지 기대된다. 이런 자랑은 바람직하다. 덧붙인다면 세상 부러운거 없지만 아빠와 주고받은 몇백통의 손편지는 부러웠다.

행여나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 저렇게 해외로 또는 여행 자체가 힘들다며 배부른 소리 한다할지 모르겠다. 진부할지 모르지만 일상이 여행이 되는 독서를 권하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기자신에게 귀기울이게 되고 일상으로의 여행을 경험하게 될것이다. 삶이란 여행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S가 됐든 미나가 됐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그녀는 분명, 지구에 여행온 게 틀림없다. 우리에게 이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말이다. "당신은 이미 존재자체로 위대합니다. 당신은 충분히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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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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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메세지들이 가득한 여행에세이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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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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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비혼)에 관한 에세이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다양성을 보이고 있어 반갑다.

한때 유행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기억났다. 최첨단 디지털시대에 20세기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적 아날로그st 이름의 소유자라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삼순이라는 이름은 그때도 지금도 촌스럽다. 드라마의 내용을 빌리자면 '촌스러운 이름에 뚱뚱한 외모를 가진 노처녀 김삼순의 좌충우돌연애담'정도가 되려나? 실연과 맞선을 반복하는 그녀가 안타까워 응원하면서도 난 아직 그 나이가 멀었으니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현빈에게 홀려 그냥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 나이 서른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님은 어떻고! 노총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상형과는 전혀 무관한, 아버지가 주선해준 색시감과 맞선을 보고 결혼한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대체 결혼이 뭐길래 누가 정해준지도 모르는 결혼적령기라는 단어에 휘둘려 밀린 방학숙제처럼 해치우지 못해 온 사회(거짓말 조금 보태 온 우주)가 안달인걸까? 시대가 변했다며 통념에 갇히는 것은 진부하다며 원치 않는다하면서도 정작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안전하게 귀착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작동한다. 또 그런 속내가 들키면 속물로 치부될까 정작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작가의 부모도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딸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독촉하고 여자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행복', '여자=출산'이란 공식이 언제부터 생겼을까? 정작 딸이 무얼 할 때 행복한지는 묻지 않는다.

가족뿐만이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사랑과 관심이라는 미명하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타인에게 들었던 무례한 이야기와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줬을 무례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무거운 주제에도 어둡지 않고 술술 읽혔던 이유는 부모의 기대와 타인들의 평범함이란 기준에 미달될까봐 (대쪽같지 못한) 순간순간 흔들리는 작가의 속내를 털어놔서 오히려 공감을 자아냈던게 아닐까. 매번 흔들리면서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흔들 균형을 잡는 그녀와 우리들 모두가 애틋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하진 않지만 즐겁고 행복한 매순간은 있다. 그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게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롯이 혼자서 즐기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산뜻한 향수를 뿌릴때 꼭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즐기는 사람!

이제 가족의 형태는 하나가 아니다. 개인이 개인과 만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때론 혼자서 존재하기도 한다. 촌스러운 이름의 김삼순도, 자신의 이상형과 다른 맞선녀와 결혼했던 홍두깨도,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미혼, 비혼자들이 반복되는 버거운 일상과 제도권의 안정감 없음과 불안한 미래에도 설레임과 두근거림, 낭만을 즐기는 각자 한 명의 개인인,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란다.



더이상 결혼이 행복의 동의어는 아니다. 또한 행복은 셀프다. 이십대든, 삼십대든, 사십대든... 여전히 두근거리는 일들은 항상 있을거라 생각한다. 꼭 결혼이 하고 싶다면 오롯이 혼자 즐길줄 알아야 누군가와 함께 할 마음의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우리는 결혼을 하기전에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거저 얻어지는 어른이 아닌 책임과 의무 같은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그런 어른. 아직도 엄마와의 탯줄을 끊지 못한(아니 끊지 않는) 자발적 미성년이 너무 많다. 결혼 후 당연히 부모가 되는게 아니라 생명을 가져도 되는지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노처녀, 노총각이란 농담. 하나도 재미없는데다 아주 오래되고 촌스럽기까지하다. 그럼에도 같이 소리높여 발끈하며 싸우기보단 조금 능글맞으면서 찰진 (일명 개드립) 개그로 응수하는 작가를 보니 무거운 주제임에도 가라앉거나 우울하지 않다. 되려 낄낄대며 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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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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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그녀는 참 재미있게 잘 그려낸다.뻔한 정답과 해결책이 아닌 그녀만의 드립으로 유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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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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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보며 느꼈지만 스릴러에 있어 강렬한 표지는 들어가는 대문이라 아주 중요한데 이번 표지 역시 황금가지답다. 강렬한 형광 오렌지에 반전을 더하는 속지가 각인되어 읽기전부터 강렬하다. 게다가 그림은 영화 아가씨에 일러스트레이터 했던 #람한 이다.

암보스(#ambos)는 스페인어로 '양쪽의', 쌍방의'라는 뜻. 표지도 그런 뉘앙스를 풍기듯 데칼코마니처럼 두 얼굴이 이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얼굴. 어쩌면 거울속에 비친 나와 거울밖에 있는 나 같기도 하다.

하루 아침에 영혼이 바뀌는 일이 현실에서는 아니지만 소설, 영화에는 흔해 식상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소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시간 순서가 아닌 별개의 살인사건,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들, 영혼이 바뀐 두 여인,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개연성 없이 나열되다 퍼즐이 맞춰진다. 바뀐 영혼과 육체를 혼동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챕터의 번호를 챙기는 정신줄만 장착한다면 가독성이 좋은 스릴러.

죽음의 문턱에서 영혼이 바뀐 두사람. 부유하지만 가족이 없어 외로운 소설가와 가족으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견뎌야 했던 기자.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연기하기로 하지만 둘 중 누가 죽는다면 영혼은 어떻게 될까?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들은 서로의 삶을 살면서 자신에게 숨겨진 욕망을 들춰보게 된다.

겉으로 화려하거나 원했던 삶이 서로 숨겨온 비밀로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무너진 일상을 견뎌낼 수 있을까?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약점을 쥐고 영혼까지 잠식하며 소유하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른 몸으로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면 과연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타인의 눈에 비친 내 삶은 어떨까? 내게 없는 것을 욕망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 수없이 반문하게 된다.

결국 영혼은 소재일뿐. 바뀐 영혼에 가려진 어긋난 욕망들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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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제가 알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의 틀이 흔들리는 걸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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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나는 들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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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한 사람은 피해자이고 또 한 사람은 피해자의 친구라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의 이면에 '두 사람만이 공유한 진실'이 존재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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