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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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로는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40대가 되고 보니 제대로 해낸 게 없는 것 같아

시시때때로 "나"를 부정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었고, 돈이 없었고,

그래서 여유가 없었다는 말로

찝찝한 날들을 욱여넣고 뚜껑 덮든 덮어버린 시간,

'그래도 오늘의 할 일 목록은 살뜰하게 지웠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며

후루룩 하루를 돌아본 적도 있었고,

언제 잠든 지도 모르게 하루가 끝나버린 날도 많았어요.


불운을 대비할 수도 없고,

스펙이 되지도 않는 책,

그깟 배부르지도 않은 책

그러나 도통 무용해서

나를 억압하지 않는 책


구질구질한 날 뜬금없이 책을 펴고,

책 속으로 도망간 날들이 많았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맞아, 맞아 나도 그래.'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는

'언젠가 나도 이렇게 될 수 있겠지' 하면서요.


육아는 퇴근과 퇴직도 없다는데,

그 피할 길 없음과 미룰 수 없음이 가장 억압적인 점


전업맘의 존재는

잘 닦인 거울처럼

보고 싶지 않은 나를 보게 했지


한시도 빠짐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관계는 없어

퇴근 시간이 되면, 신발을 갈아 신으면서

집으로 출근하자며 낄낄대며

계단을 내려가던 육아 동지 동료들,

돈 쓰고 힘들여서 뭔가 해주고,

성에 안 찬다고 크게 화내지 말고,

애들을 그저 평범하고 잔잔하게

편하게 해주라 시던 친정엄마 말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가끔 전업맘을 보며 부족한 엄마로 사는 내 민낯을 볼 때마다

속상했던 마음들

"대신 말해 드립니다."처럼 어쩜 이렇게

콕콕 맞는 말만 해주실까요? ㅎㅎ

결혼 전에는 그냥 내 인생 하나만 살면 되는데,

결혼 후에는 여러 역할이

덧씌워져 버거울 때가 많았으니까요.

일이란 본디

여러 관계와 사정이 얽혀있어

통제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

집요한 삶의 배반을 견딜 방법은

타인과 나에게 친절할 것.

산만하게 점을 찍으며 경험 수집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만큼

지난 1~2년동안 해보지 않은

다양한 일들을 시도했어요.

잘 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 역시 해보았기에 알 수 있었어요.

잘 된 건 잘 된대로,

아닌것 아닌대로 잘 흘려보내겠습니다.

가족이든, 학교든, 회사든

그 조직의 가장 약한 사람은

많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도 묻지 않으니

말을 안 할 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돕거나,

대신 써 주거나..꾸준히 이 일을 해오신 작가님이기에

저 말이 더 크게 와닿았어요.



이민자, 성 소수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거나,

목소리를 내도 들어줄 사람이 없는 사람들 곁에서

늘 함께 머물러주셨던 작가님의 이야기라


읽는 내내 마음에 뜨끈한 덩어리가 생기고

시시때때로 눈과 코가 시렸습니다.

부끄러울 때도 많았고요.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작가와 책 이야기,

진정한 해방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인생을 넓고 깊게 살게 하는 책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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