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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동기 없는 범죄 가운데 또 하나가 일어났을 뿐..."
영화 "최종병기 활"의 앞부분,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무심하게, 거침없이, 무자비하게 사람들이 스러져갑니다..
학교에서 평화시를 적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평화"가 적용되는 범위, 정도가 얼만큼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제 혼란스러운 마음이 글에 나오는 학생들 마음과 같아 먹먹했고요.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평화에 대해 왜 굳이 글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평화시"를 써야하는 이유와 쓰는 과정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교사와, 합리적인 의문을 갖는 학생
평화시에 맞는 글자체를 강조하는 지시사항을 읽으며 블랙코미디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어요.
"평화를 반대한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 할 말이 없었을 뿐,
평화에 대해 아는 게 뭐지?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밀리아가 아는 사람 누구도 평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평화에 대해 말하는 이 부분이 이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부분같이 느껴졌습니다.
"어른들은 도무지 아무것도 이해를 못한다.
어리석고 늘 딴 데에 정신이 팔려있고 생각이 없는 족속들이다.
아무것도 모른다. 항상 뭐든 엉뚱하게만 받아들인다."
부모, 교사 할것 없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삶을 공식이나 이론으로 가르쳐요.
삶으로 보여주지도 않고, 공감해주지도 않고 말이죠..
여성, 아이의 눈으로 보는 비정상적인 폭력이 어떤 모습일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위험하지 않게 떨어져 있으면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책이에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말이 딱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