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공감.

여기에 기록된 글들은 그 시절을 지나며 자라는 동안 내가 본 세상의 풍경이다. 언제 어느 시점에 기록되었든 모두 그러하다. 나는 여전히 세상을 그곳에서 배운 시선으로 읽는다. 그것이 나의 한계이자 또한 나의 고유함일 것이다.(8/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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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잡지, 영화 등의 매체가 덜 발달되어 있던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노래와 이야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리스의 경우 이를 종합한 것이 연극 공연이었던 것이다.
《해리 포터》의 덤블도어 교장의 모델이었다는 영국의 고전학자 와이즈맨Wiseman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극 공연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극장이야말로 그 공동체가 공유하는 신화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산실이라고보았다. 공동체가 공유한 경험을 재생산하는 극의 재현은 한 집단의 공동 기억을 효과적으로 재생함으로써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마련이었다. 또한 고대 지중해 사회처럼 ‘명예와 수치’에 관한 코드가 강하던 지역에서는 ‘가십‘의 역할이 상당했으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가십이나 루머를 퍼뜨리는 기능에서도 극장은 오늘날의 뉴스 미디어를 능가하는 효과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340-3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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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한 흥미로운 연구는 갈랜드Garland의 《새로운 신 모셔오기Introducing New Gods》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갈랜드는 어떤 새로운 신이 고대 그리스의 한 나라로 영입되는 과정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의 도래-사람들의 거부-새로운 신의 분노와 이를 보여주는 기적-신탁의조정-새로운 신의 수용‘ 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했다. (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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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을때 대처하는 여러 종교적 관행이나 기제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이에보카티오evocatio 의식이었다. 에보카티오는 ‘불러내다‘ 라는 라틴어 evoco 에서 나온 단어로, ‘신 모셔내기‘ 혹은 ‘신 불러내기‘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에보카티오 의식은 전염병, 흉년, 특히 전쟁 같은 불가항력적인 국가적 위기를 맞았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움을 줄 신이나 영웅을 영접하는 의식이다. 특히 전쟁 시에는 적국의 신을 회유하기 위해 더욱 빈번하게 행해졌다.(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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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농경사회의 제의에서 비극이 나왔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어 드라마의 어원이 된 ‘드라오drao(행하다)‘라는 단어에 주목하면서, (의례를) 행하는 데서 드라마가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즉, 드라마는 농경사회의 집단적 제전행위에서 나온 것으로, 파종, 경작, 흉년 등 농사지을 때의 고통이나 슬픔에서 비극이, 수확 등의 기쁨에서 희극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268-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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