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섬뜩하고 으스스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애당초 그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증거로 아이는 양손을 꽉 쥐고 서 있다. 사람이란 주먹을 꽉 쥔 채 웃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원숭이다. 웃고 있는 원숭이다. 그저 보기 싫은 주름을 잔뜩 잡고 있을 뿐이다. ‘주름투성이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만큼 정말이지 괴상한, 왠지 추하고 묘하게 욕지기를 느끼게 하는 표정의 사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괴상한 표정의 소년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7

그러나 이것 또한 이상하게도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교복 왼쪽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는 하얀 손수건을 꽂고 등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웃고 있다. 이번 미소는 주름투성이의 원숭이 웃음이 아니라 꽤 능란한 미소가 되어 있지만, 그러나 인간의 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걸린다. 피의 무게랄까 생명의 깊은 맛이랄까, 그런 충실감이 전혀 없는, 새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깃털처럼 가벼운, 그냥 하얀 종이 한 장처럼 그렇게 웃고 있다. 즉 하나부터 열까지 꾸민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겉멋이 잔뜩 들었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경박하다고 하기도 그렇다. 교태를 부리고 있다고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멋쟁이라고 하는 것도 물론 부적합하다. 게다가 자세히 뜯어보면 여자 같은 미모를 가진 이 학생한테서도 역시 어딘지 악몽 비슷한 섬뜩한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이상한 미남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8

이제는 나이를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다. 머리는 희끗희끗하다. 그런 남자가 몹시 더러운 방(방 벽이 세 군데 정도 허물어져 내린 것이 그 사진에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작은 화로에 양손을 쪼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웃고 있지 않다. 아무런 표정이 없다. 말하자면 쭈그리고 앉아 화로에 양손을 쪼이다가 그냥 그대로 죽어간 것 같은, 정말로 기분 나쁘고 불길한 냄새를 풍기는 사진이다. 이상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그 사진에는 얼굴이 비교적 크게 찍혀 있어서 그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는데 이마도 평범, 이마의 주름도 평범, 눈썹도 평범, 눈도 평범, 코도 입도 턱도…… 아아, 그 얼굴에는 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상조차 없다. 특징이 없는 것이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9

소위 ‘죽을 상’이라는 것에도 뭔가 좀 더 표정이라든가 인상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을 텐데, 사람 몸뚱이에다 짐 끄는 말의 목이라도 갖다 붙이면 이런 인상이 되려나? 어쨌든 딱히 무엇 때문이랄 수도 없이 보는 사람을 섬뜩하고 역겹게 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기묘한 얼굴의 남자를 역시 본 적이 한번도 없다. - <인간 실격>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429283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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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rd’s Prayer
"This is how you are to pray:
Our Father in heaven,
hallowed be your name,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n heaven.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and forgive us our debts,
as we forgive our debtors;
and do not subject us to the final test,
but deliver us from the evil one.
If you forgive others their transgressions, your heavenly Father will forgive you. But if you do not forgive others, neither will your Father forgive your transgressions."
(Mt 6,9-15) - P26

Blessed are you who are poor,
for the kingdom of God is yours.
Blessed are you who are now hungry,
for you will be satisfied.
Blessed are you who are now weeping,
for you will laugh.
Blessed are you when people hate you,
and when they exclude and insult you,
and denounce your name as evil
on account of the Son of Man.
(Lk 6,20-22)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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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patient, love is kind. It is not jealous, [love] is not pompous, it is not inflated, it is not rude, it does not seek its own interests, it is not quick-tempered, it does not brood over injury, it does not rejoice over wrongdoing but rejoices with the truth. It bears all things, believes all things, hopes all things, endures all things.
<1Cor 13,4-7> - P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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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 and death’, Finn continued, as if it might not just be the thickies in the back row who didn‘t understand Greek.
‘Or love and death, if you prefer. The erotic principle, in any case, coming into conflict with the death principle. And what ensues from that conflict. Sir.’ - P6

This was one of the differences between the three of us and our new friend. We were essentially taking the piss, except when we were serious. He was essentially serious, except when he was taking the piss. It took us a while to work this out. - P7

If Alex had read Russell and Wittgenstein, Adrian had read Camus and Nietzsche. I had read George Orwell and Aldous Huxley; Colin had read Baudelaire and Dostoevsky. This is only a slight caricature. - P10

‘"History is that certainty produced at the point where the imperfections of memory meet the inadequacies of documentation."’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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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 셋과 새로 사귄 벗 사이의 차이 중 하나였다. 우리는 진지할 때를 제외하고는 실없는 농담을 기본으로 했다. 에이드리언은 농담일 때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진지했다. 그런 그를 우리가 이해하게 된 건 다소 시일이 지나서였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13

앨릭스가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을 읽었다면, 에이드리언은 카뮈와 니체를 읽었다. 나는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를 읽었다. 콜린은 보들레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어디까지나 도식화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17

콜린처럼 좀 더 아나키즘적인 몇몇은 모든 게 우연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 세계는 끊임없는 카오스 상태로 존재하며, 오로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모종의 원초적 본능, 즉 의심의 여지없이 종교로부터 기인한 숙취에 다름없는 그것이, 일어날 법했거나 그렇지 않은 사건에 대해 사후事後에 의미를 부여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19

"음, 한 가지 의미에서 보자면, 저는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건 철학적으로 자명합니다." 그는 전에 그랬듯 잠시 뜸을 들였고, 그 바람에 우리는 그가 은근히 조롱을 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의 차원을 넘어서 고도로 진지한 상태인 건지 다시 한 번 궁금해졌다. "사실, 책임을 전가한다는 건 완전한 회피가 아닐까요? 우린 한 개인을 탓하고 싶어하죠, 그래야 모두 사면을 받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개인을 사면하기 위해 역사의 전개를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죄다 무정부적인 카오스 상태 탓이라 해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이나 그때나 개인의 책임이라는 연쇄사슬이 이어져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 책임의 고리 하나하나는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모두를 비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사슬이 긴 건 아니죠. 하지만 물론, 책임소재를 묻고자 하는 저의 바람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공정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제 사고방식의 반영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중점적인 문제 아닌가요, 선생님? 주관적 의문 대 객관적 해석의 대치, 우리 앞에 제시된 역사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가 해석한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21

연극적이고, 자기반영적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자전적인 문학. 하지만 그런 건 지루한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문학은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유를 통해 심리적이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진실을 드러내야 했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가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필 딕슨 선생이 우리에게 해준 말에 따르면 그랬다. 그리고 이제까지 소설과 무관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삶을 산 사람은 - 롭슨을 제외하면 - 에이드리언이 유일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25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그런가, 과연? 어디에서 읽었나?"
"라그랑주입니다. 파트리크 라그랑주. 프랑스인입니다."
"그런 추측을 할 수도 있겠지.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겠나?"
"롭슨의 자살이 그 예입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27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당시에 ‘교제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설명해두는 게 좋겠다.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여성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딸이 고민을 안고 찾아왔던 얘기를 듣게 되었다. 대학 2학기째였던 그녀의 딸이 한 남자와 자게 됐는데, 그 남자는 - 공공연히, 그리고 친구 딸이 아는 바로는 - 비슷한 시기에 딴 여자들하고도 잤다는 거였다. 그는 ‘교제할’ 한 사람을 고르기 위해 그 여자들 전부를 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의 딸은 황망해했는데, 그 방식보다는 - 그것이 얼토당토않다는 건 반쯤 인식했지만 - 자신이 끝내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33

즉 한 여자를 좋아하면 할수록, 또 잘 맞으면 잘 맞을수록 정작 섹스의 기회는 줄어드는 듯하다는 것. 물론 - 훗날에야 비로소 분명해진 생각이긴 하지만 - 내 안에 ‘노’라고 말하는 여자에게 주로 끌리는 본능 같은 게 있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식의 뒤틀린 본능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36

베로니카는 내 서가에 대해선 레코드 수집 목록보다 더 좋은 점수를 주었다. 당시는 문고본들에 전통적인 재킷을 입혀 출간하던 때였다. 오렌지색 펭귄 문고판은 소설, 파란색 펠리컨 문고판은 비소설 하는 식으로. 책꽂이에 오렌지색보다 파란색이 더 많다는 건 진중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볼 때 내 서가엔 이름값을 하는 책들이 많았다. 리처드 호가트와 스티븐 런시먼*, 요한 하위징아와 한스 아이젱크**, 윌리엄 엠프선, 그리고 존 로빈슨 주교***의 『하나님께 맹세컨대』와 테렌스 래리의 만화 시리즈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내가 그 책들을 다 읽었다고 짐작한 베로니카는 날 칭찬했고, 너덜너덜한 책들 대부분이 중고서점에서 사온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37

베로니카의 서가엔 수많은 시집들이 책과 팸플릿 형태로 꽂혀 있었다. T. S. 엘리엇, 오든, 맥니스, 스티비 스미스, 톰 건, 테드 휴즈. 그리고 조지 오웰과 아서 쾨슬러의 ‘레프트 북클럽’ 판본들과 소가죽으로 장정한 19세기 소설들 몇 권, 아서 래컴이 삽화를 그린 동화책 두어 권과 그녀의 마음의 양식인 『성 안의 카산드라』가 꽂혀 있었다.

-알라딘 eBook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중에서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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