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
칼리 월리스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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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문득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폴 W.S. 앤더슨 감독의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1997)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2012)와 <에일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2017)이다. 버려진 우주선 탐사, 외계 생명체, 우주 식민지 개척과 같은 소재로 흥미롭게 만들어진 SF호러 영화들로 내 최애 영화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소재들이 '구원의 날', 이 작품속에 3 in 1 믹스커피마냥 모두 들어 있는게 아닌가? 

소설의 구성이 독특하다. 남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스와 자흐라의 시점에서 각 장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홀수장은 자흐라가 짝수장은 자스가. 

이 두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모 두 분 모두 과학자이고,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자흐라의 의사 어머니 제외).

물론 자흐라의 경우 아버지(그레고리 라고 박사)가 우주선에서 어떤 불미스런 일로 강제 하선된 후, 어머니와 두 쌍둥이 동생과 함께 '가족'으로 서로를 부르며 지내는 분리주의자 마을에서 성장한다. 이들의 리더는 '애덤'이란 자 인데,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무조건적으로 그를 추종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자스(바타차르야)도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의 끔직한 상황에서 우주선 추진체를 만든 어머니에 의해 간신히 홀로 탈출하게 된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하늘을 보며 어째서 지구 밖의 세상을 개척할 기회가 의회의 통치 아래에 있는 시민들에게만 주어지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바람은 이해할 만한 했다. 고통스럽게 망가진 삶을 마주하는 것보다 미지의 어둠을 바라보는 쪽이 더 쉬워서 별을 바라보는 기분이 어떤지 나는 안다. 희망과 상처와 두려움의 매듭을 가슴속에서 끌어 올려 은하계를 가로질러 빛과 먼지 사이 무의 공간으로 쏘아올리는 느낌을 잘 안다. 화성의 주거 돔이나 소행성대에 있는 광산 식민지를 차지할 음모를 꾸미는 분리주의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 P115 

자흐라의 쌍둥이 동생 둘 포함 300명을 태운 '홈스테드'호는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로 향하고, 그 시간 자흐라를 포함한 일단의 무리들이 다수의 '학생' 인질을 확보하여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를 확보하려는데, 뜻하지 않게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이 소설은 그 종착역을 향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는 전개 된다.  

고고학자로서 인류 역사에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던 분열이전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시면서 붕괴 전우주 탐사 역사를 연구했다. 붕괴에서 살아남은 의회의 설립자들을 우상처럼 생각하셨던 아빠에게 있어, UC33-X는 지구를 떠나 살아남은 이들이 있었다는 증거이자, 그들이 자신들의 발견을 메시지로 보내올 만큼 여전히 고향 행성을 아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빠가 하우스오브위즈덤호에 왔던 이유는 수백 년 동안 거친 우주환경에서 손상된 메시지를 복구하고 해독해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 P205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에 탑승한 후, 자스는 과거의 혼란스런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때 같이 인질이 된 한 학생(아리아나)이 무언가에 감염되어 자흐라 일당을 공격한다. 이 틈을 타서 자스와 몇 몇 학생들은 우주선 내로 숨게 되고, 그들을 쫓는 자흐라 일당의 시선을 통해 수많은 10년전 탑승자의 시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무언가 그 감염원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데,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닌 의도를 갖고 만든 '기생 물체'는 인간의 모든 것을 무력화 시켜 마치 조종 받는 좀비 같게 한다.   

우리는 일찌감치 아리아나의 피부밑에서 요동치던 그것의 목적을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지각없는 병원체라ㅈ 여겼던 것을 결핍과 욕구가 있는 지각이 있는 생명체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물체였다. 목적을 가지고 창조한 물체.
인간 여자의 몸에 스며들어 신체와 언어와 의지를 통제하는 힘을 빼앗을 수 있는 물체를 만든 누군가가 있다니. 혼란을 빚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그토록 폭력적인 행동, 피와 두려움으로 대체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246 

나하리 선장이 말했다. "하우스오브위즈덤호는 알 수 없는 인물 또는 인물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공격 수단은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신경 공학적으로 설계된 병원체 또는 장치이며, 타깃으로 삼은 인물의 신경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출처도, 목적도 알 수 없다. 감염된 사람들은 대부분 즉시 사망하며 감염 초기 단계에서 자해로 부상을 입었다.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알 수 없는 매개체에 완전히 장악된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 P281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예전 우주로 보냈던 '애절한저녁노래호'가 보낸 작은 우주선에서 부터다. 이 부분은 특히 영화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나오는 공기중 호흡으로 감염되는 '에일리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애절한저녁노래호는 한때 외계 문명이 둥지를 틀었던 행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무언가에 의해 말살되었고, 지구에 안부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고를 하기 위해 UC33-X를 보냈다. - P289 

혼자 남았다. 이제 확신할 수 있다. 궤도에서 열흘이 넘도록 응답이없다 [데이터 손상] 너무 빨랐다. 여기에서보다 더 빨랐던 것 같다. 죽은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원격으로 우주선 발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누군가 언젠가 이 경고를 받길 바란다. 사람들은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했지만 그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어둠을 가르며 날아왔다고 했지만 어쩌면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져야 할 짐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누구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했든, 이것은 애절한저녁노래호에서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다. 우리의 임무는 끝났다.
- 기록 7, 애절한저녁노래호 UC33-X로 전송됨 - P390 

결국 둘만 남은 자흐라와 자스는 폭주하는 리더 애덤을 저지하기 위해 '하우스 오브 위즈덤'호를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자흐라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병원체'의 말살을 위해 지구의 안전을 위해 마지막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생환한 자스를 통해 우주의 탄생, 생명의 시작을 묘사하며 우주 롤러코스터의 운행을 잠시 멈춘다.  

나는 어둠 속,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에 깨어났다.
우리를 만든 모든 것들은 존재의 첫 순간 동안 생겨났다. 우주가 시작되고 100만 분의 1초만큼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 지났을 때 전자와 쿼크라는 물질이 생겼다. 잠시 뒤 쿼크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었고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렀다. 몇 분이었다. 한 번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이 모든 시간이었을 때, 몇 분은 억겁의 시간이었다. 입자들은 쌍으로 뭉쳤다.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고 늘어나서 몇 날이 몇 년이 되고, 몇 년은 몇백 년, 몇천 년이 되어 아무것도 없는 무로 뻗어 나갔다. 핵 주변으로 불안정한 확률 구름이 된 전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수소와 헬륨의 첫 번째 원자가 탄생했다. 100만 년, 200만 년, 재는 사람도 평가할 기억도 없이 시간은 흘렀다. 중력은 외로운 원자들을 함께 뭉쳐 사납게 타오르는 빛을 만들고 어둠 속에 얼룩을 남겼다. - P391 

자흐라와 말라치의 죽음에서 영웅적인 모습과 안타까움이 오버랩 되어 아직도 가슴 한켠 여운으로 남는다. 이 작품이 영화화가 된다고 들었다. 과연 원작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먼저 만들어졌던 SF호러물의 또 다른 걸작으로 남을 지 기대가 된다.  

이 글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도서 제공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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