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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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을 읽으며 '재미있다'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호응하지 않더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작품의 성과는 관객 수 또는 판매 수라는 수치로 나타난다.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나 책들이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지구의 역사에 비해 인간의 역사는 짧지만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DNA와 두되는 전보다 좋은 걸 취하며 발전해 왔다. 진화의 과정에 '이야기'는 무의식에 깊게 각인되었고 재미있고, 익숙한 이야기라는 것들이 생겨났다. 그런 이야기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유형을 전문 용어로 마스터 플롯이라 부른다. 마스터 플롯은 이야기를 만드는 레시피로 핵심 재료와 양념으로 조리하는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은 마스터플룻을 꿰차고 있고, 유연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책의 제목을 접하기 전부터 '블로그에 쓴 글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라고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결론은 단순 정보, 사실만을 전달하는 글 보다 '이야기'가 가미된 글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때 나의 이해 수준은 딱딱하게 전달하는 글이 아닌 개인의 경험을 섞어 일상적인 톤으로 쓰는 글 정도로만 이해했고, 지금까지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제시되는 8가지 마스터 플롯을 접하며 재미있는 글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맛볼 수 있었다. 마스터 플롯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겠으나 저자인 벤 앰브리지는 8가지로 분류했다. 간단히 목록만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지루하고 막막한 인생을 뒤바꾸고 싶다면' 퀘스트 마스터 플롯
  •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언탱글드 마스터 플롯
  •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카로스 마스터 플롯
  • '해로운 물질, 사람,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괴물 마스터 플롯
  • '반드시 이기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불화 마스터 플롯
  • '모두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싶다면' 약자 마스터 플롯
  • '삶과 죽음에 의미를 찾고 싶다면' 희생 마스터 플롯
  • '밑바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구멍 마스터 플롯


마스터 플롯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목에 부여한 의미를 중심으로 봐주면 좋겠다. 이 중에서 '이카로스 마스터 플롯'을 이해하며 나의 경험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카로스 마스터 플롯의 흐름은 '불만 ⇨ 유혹 ⇨ 득의 ⇨ 탐욕 ⇨ 파멸'의 과정으로 다소 비극적인 결말의 마스터 플롯이다.


과거에 나는 많은 돈을 얻고 싶었다. (지금은 많은 '자산'을 가지고 싶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직장에서 받는 제한적인 월급으로 한계를 느꼈고, 주식 투자를 시작하였다. 투자에서 적은 수익률로 성취를 맞보며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은 유혹을 느꼈고 테마주 (또는 작전주)에 관심을 가졌다. 시작은 괜찮았고, 수익률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커질수록 더 커질 거라 기대하는 끝없는 욕심은 결국 주식의 상장 폐지를 맞이하게 되었고 몇 백 %에 해당하는 수익률은 순간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카로스 마스터 플롯의 의미를 저자는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이라고 했다. 순간 물거품이 돼버린 주식을 바라보고 나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욕심을 키워갔던 나를 비난했었다. 하지만 이카로스 플롯은 실패를 통해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 비난에만 빠져있다면 계속 수렁으로 빠질 뿐이다. 반면, 실패를 통해 깨닫고 성장할 수 있다면 이카로스 플롯을 극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대에도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자서전을 살펴봐도 이카로스 플롯이 발현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삶의 단면은 설명될 수 있는 마스터 플롯이 있다는 것이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마스터 플롯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물론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마스터 플롯을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또는 대입할 수 있는) 마스터 플롯을 꺼내볼 수 있는 사람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 우리 두뇌는 '예측'을 좋아하고 예측은 마스터 플롯 상황 아래서 더 잘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에서 2%에 해당하는 중량을 가지고 있지만 20%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두뇌를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 삶에도 마스터 플롯과 같은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재미있는 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상이 재미없고, 오늘이 어제 같고 또 내일도 오늘 같다 생각된다면 '퀘스트 플롯'을 삶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다. 자괴감이나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 생각들을 '괴물'로 형상화하고 무찌르는 '괴물 마스터 플롯'을 삶에 반영해 봐도 좋다. 기왕에 사는 인생인데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보다 생생하고 활기차게 사는 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 아닐까?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어보고 내 삶을 재미있게 바꿔줄 수 있는 마스터 플롯을 하나씩 대입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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