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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을 삭이고 나면그 기억이 고통으로 이어질 겁니다.
쉽게 분노하는 사람은자신에 대한 분노를 삭이기가더욱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 P69

나 이상의 그 어떤 인간도 되고 싶지 않아. 나 오이디푸스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 P106

어느 한순간도 오이디푸스는 비굴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다. 그리하여 이러한 주인공의 몰락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비극성을 상기시킨다. 고통 없이는 쉽게 배우지 못하고 현명해지기 어렵다는 사실은 바로 인간의 한계다. 그러나 숱한 고난과 고통을 겪고서라도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인간, 그 인간의 삶은 그리 헛되지 않다. 고통을 견디는 의연함과 인간 존재의 진실을 밝히려는 정직성은 인간의 존엄성을드높이고 그의 정신을 한층 더 높여 주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 P172

 여기서 연민이란 악행이 아니라 착오나 무지로 인해 부당하게 불행을 겪는 인물에게 주어진감정이고, 두려움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데서 오는감정이다. 소포클레스 비극의 인물들은 아주 선하지도 아주악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근본적으로는 악하지 않지만 잘난체하면서 오만(hybris)이라는 비극적 결함(tragic flaw)을 드러내는 인물일 경우가 많다. 착오나 실수로 인해 죄를 범하지만 고통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지혜에 이르는 인물이 소포클레스의 인물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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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내가 경험한 갑작스런 이주들,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반복된 이별, 나는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배우지 못했다. 친구들의 부족함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법, 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법,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몰랐다.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헤어질 테니까.  - P200

땅 멀미라는 말이 있다. 배를 타면 보통은 뱃멀미를 하게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배의 흔들림에 익숙해지고 나면 멀미가 잦아든다. 그러다 항해를 마치고 다시 육지에 오르면마치 육지가 흔들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걸 땅 멀미라고들 부른다. 흔들림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찾아오는 낯선단단함. 지금의 나는 분명히 안정되고 단단한 기반 위에 서있다. 이제 부모는 나를 전학시키지 못한다. 누구도 나에게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여전히 나는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시칠리아나 밴쿠버, 뉴욕의 어딘가에 있을 때, 나에게는 그게 정상의 상태처럼 보였고, 그 어디로도 이동할 필요가 없는 곳,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의 일상이오히려 임시적인 상태처럼 느껴진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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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난 세월 내내 동료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이 익숙함은 착각에 가득한습관이요, 틈이 생긴 무지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정말 중요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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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개정판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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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오는 늦은 밤 텔레비전 앞에서 자다깨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차이나는 클래스'에 고미숙 선생님이 나오셨다! 앗! 이렇게 반가운 일이!! 잠은 홀라당 달아나고,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고미숙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그 강의는 '열하일기'에 대한 강의였다. 당장 열하일기를 읽고 싶었지만, 고미숙선생님이 열하일기 책을 내신 건 진즉 알았지만 난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열하일기 책은 없었다. 그런데 고미숙선생님 글을 읽고 싶고 해서 그 밤에 꺼내든 책이 이 책이다.

 

책을 읽기보다 사기를 좋아한다고 가볍게 웃으며 주변에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책을 즐겁게 사 모아놓으면 언젠가 그 책이 나를 부를 때가 있다. 이번엔 동의보감이 날 불렀다.

 

'사람은 평생 한 가지 병을 앓는다.'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모습은 갖가지로 변하지만 뿌리는 한 가지다. 10여년 전 일기를 읽다가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흠칫 놀랐다.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병을 얻는 과정도 그 과정에서 얻은 병도 그 꼬락서니가 늘 같았다.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때로는 상황탓을 하면서, 때로는 자책하면서 큰 회심, 회향이 없이 아픈건 싫다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나마도 요즘은 여러가지 힘든 일로 상황을 탓하는 마음에 심화가 뻗쳐오르는 중이었다.

 

양생법, 음양 오행, 동의보감의 분류, 태과와 불급 등.. 여러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동의보감의 내용도 좋았지만, 나는 고미숙선생님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해내는 시선이 참 좋다. 글을 읽다보면 고미숙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재미지다. '쳇!'이라는 글자가 얼마나 시원하게 들리던지^^ 내가 읽어낸, 고미숙선생님이 동의보감을 통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동의보감이 하고 싶은 말은

 

'나의 구원자는 나다'

 

였다. 어떤 책을 읽든 읽어내는 사람이 나이기에 난 내가 읽어내고 싶은 것들을 읽어낸다. 지금 내가 읽어내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도 큰 회심, 회향 없이 또 며칠은 그럭저럭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잊어버리면 다시 기억하고 찾으면 된다. 당장 오늘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나름 오전을 뿌듯하게 보냈고, 이렇게 리뷰까지 쓰고 있다^^ 좋은 책은 좋은 기운을 준다.

 

참, 동의보감에 대한 또 다른 책들과 열하일기를 주문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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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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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30대 중반 여자사람은 한국에서 어떤 생각으로, 무얼 느끼며,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가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적은 글이다. 관찰자는 남자이지만 관찰한 '사실'을 '서술'했기에 글 굽이굽이 여자인 나는 지영씨가 느낀 것처럼 아팠다. 관찰자의 서술이 끝난 후 관찰자는 조금 느끼긴 했지만 딱히 깨달은 것 없이 남자사람으로 돌아와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게 좀 더 아픈지도 모르겠다. 글 중간 중간 나오는 통계자료가 이야기에 집중하기를 어쩌다 방해하지만 그래서 더 사실적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인듯 소설아닌 소설같은 글이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프고, 소심하게 투쟁하는 만큼 사회가 나아지고 있는 것이면 좋겠다. 같은 일을 겪지 않고는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힘과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하고 싶은 힘으로 조금씩 변해가면 좋겠다.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 까지는 아직 욕심도 못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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