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내가 경험한 갑작스런 이주들,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반복된 이별, 나는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배우지 못했다. 친구들의 부족함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법, 내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법,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법을 몰랐다.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헤어질 테니까.  - P200

땅 멀미라는 말이 있다. 배를 타면 보통은 뱃멀미를 하게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배의 흔들림에 익숙해지고 나면 멀미가 잦아든다. 그러다 항해를 마치고 다시 육지에 오르면마치 육지가 흔들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걸 땅 멀미라고들 부른다. 흔들림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찾아오는 낯선단단함. 지금의 나는 분명히 안정되고 단단한 기반 위에 서있다. 이제 부모는 나를 전학시키지 못한다. 누구도 나에게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여전히 나는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한다. 시칠리아나 밴쿠버, 뉴욕의 어딘가에 있을 때, 나에게는 그게 정상의 상태처럼 보였고, 그 어디로도 이동할 필요가 없는 곳,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의 일상이오히려 임시적인 상태처럼 느껴진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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