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도발적이다. 이런 제목에 끌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제목 때문에 이 책을 사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내가 김정운 교수를 잘 모르고 있었기에 생긴 오해라 하겠다. 장삿속으로 끌어 붙인 작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어쩌면 캠핑카를 더 빨리 장만하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겠다.

가볍지 않은 내용을 가볍게 읽어낼 수 있게 한 것은 저자의 능력인 것 같다. 아울러 심리학자로서의 전문성이 적절히 기둥을 형성하고 있어 의도적인 가벼움이 천박하지 않은 표현으로 다가욌다.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저자의 주장을 굳이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재미'가 될 것이다. 감탄하며 살자는 주장도 매일반일 것이다. 그런 주장에 혹! 하는 사람이 많아서 여기 저기 강의에 불려다니느라 정작 저자 자신은 재미와 약간의 거리가 생겼다니 아이러니다. 정신과 의사가 정신병 걸리기 쉽고, 자신의 신체를 가장 혹사시키는 사람이 의사라던가... 내려놓음에 대한 글을 썼던 목사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참 어렵다... 

어쩄든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스토리의 뼈대로 삼고 그 위에 재미를 입혀서 문화심리학 혹은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 그리고 늙어가는 남자들에게 재미나게 살라고 노래한다. 이 책이 꽤 팔릴 거라는 추정이 가능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잘 어울려 있고 무엇보다 현 시대의 중년남성들이 공감할 내용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내에 대한 엄살처럼 솔직한 드러내기가 그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학자라서 그랬을까? 그렇게 다 까발겨도 실상 그리 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알아서? 

독일에서의 유학 생활을 경험한 사람. 무엇보다 권위적인 대학이라는 곳에 적을 둔 교수의 신분으로 이 책을 내면서 고민은 없었을까? 일단 책 속에서는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면 그가 심리학자 답게 각각의 역할에 알맞게 처신하고 이번에는 저자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페르소나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일까? 

아무튼 이 책 읽을 만하다. 특히 기존의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에 대한 비판은 새겨 들을만하다. 자신을 옭아매고 어얼리버드로 살기에는 재미난 일이 너무 많다고 유혹한다. 정녕 한 세상을 재미나게 할 자신만의 일을 같이 고민해보자고 부드럽게 설득한다.

나는 독자의 자격으로 저자가 캠핑카에 앉아 수제 드립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무조건 쳐들어가서 옆에 주저앉아 한 밤을 지낼 작정이다. 난 슈베르트는 잘 모르지만 같이 청승맞게 그의 가곡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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