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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 내 삶의 시 한 편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뮤진트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일상에 파 묻혀서 시 한편 가슴에 담아줄 깜냥이 없는, 그야말로 속물로 살아가는 사람들만 보이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보이는' 세상일 뿐인가 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의 눈에 뜨지 않게 시를 읽고 느끼고 때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지 내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조심스레 내보인 다음에야 알게 될 수 있지만.
하긴 누구나 가슴 속에 시심이란 것이 남아 있을 것이다. 홍수에 떠 밀려가 듯 경쟁이란 현실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는 팍팍한 주변 환경이 그걸 가리고 있을 뿐...
운이 좋아 이 책이 시작되는 과정과 그 중간 그리고 마지막 까지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 결론은, '아! 이렇게도 시집이 만들어지는구나!' 였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를 갈망하는지도...
안타까운 점도 있다. 그 절절함은 이 책의 출발을 있게 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 소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추천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울러 그 절절한 추천사가 책에 다 실리지 못한 이유에도 있다. 시인은 시를 쓰는 것으로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작가는 글을 쓰는 것으로 생을 영위하는 것이 이리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해 대 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구석 구석 살아 숨쉬는 시심과 시인이 있기때문이다. 철학자와 시인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우리는 아니 나는 죽은 세상에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각기 모은 시와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담긴 댓글까지 볼 수 있는 이 시집은 남다르다. 시인들에게도 속세에 남아 그들을 응원하는 동반자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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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리지 못한 구본형 소장의 추천사 전문 (파란 색이 책에서 빠진 추천사이다)
http://www.bhgoo.com/zbxe/column/198539
시인이 죽었다.
가난과 결핍으로 굶어 죽었다.
이 풍요의 세상에 먹지 못해 죽어 없어졌다.
고통 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고 노래하는 것이 그 몫인 시인이 사라졌다.
승리의 기쁨을 부르는 사람도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눌 사람도
빵맛도 보고
피 맛도 아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눈물에서
입맞춤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 까지
그 모든 것을 시속에 살려 놓던 시인이 죽었다.
추위에 얼어 죽고
결핍에 굶어 죽었다.
오직 시만을 위해 살고
시맛에 살던 위대한 시인들이 죽었다.
- 시와 투쟁을 위해 살았던, 그리고 그 이상을 원하지 않았던 시인 네루다를 기리며
어느 날, 꽃피는 작년 봄 어느 날, 우리는 문득 시가 그리웠습니다. 삶을 두려움과 흥분의 모험 길로 만들고, 폭풍같은 진짜 사랑을 원하는 순간 시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한 때 우리의 가슴을 비처럼 적시고, 영혼을 뿌리 뽑듯 휘몰아친 시 한 편씩을 들고 모여보자 했습니다. 우리는 계곡의 물이 차고 맑은 그 아름다운 산에서 가지고 온 시를 한 편씩 읽기 시작했지요. 그 유치한 향연이 끝나고 나자 묘한 향기가 오래 감돌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내 인생의 시 한편'을 가지고 모이라고 선동해 보았습니다. 시라는 것을 다 잊고 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 사람들이 가슴에서 시 하나씩을 꺼내 들고 나타난 것이지요. 우리는 그 시들을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이 시집이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유치하여 우리의 눈물을 자아내는 시, '아버지' 하고 부르게 하는 시, 엎어졌다 다시 시작 하게 하는 시,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을 수 있다고 선동하는 시, 그리움 손때처럼 묻어나는 시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대중이 뽑은 시'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바로 당신 손에 지금 들려있는 이 시집입니다.
우리는 이 시들이 봄날 흩날리는 꽃잎들처럼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바랍니다. 참으로 어려워 무너진 마음 곁에 피어나는 작은 꽃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나도 살아야겠다 다시 참 잘 살아봐야겠다라고 결심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혹은 참으로 기쁜 마음에 그 기쁨을 더하는 축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혹은 우리의 잘못을 밝히는 등불 하나, 잘못가던 어두운 길을 되돌아서 나올 수 있는 용기 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내 삶도 이 시 한편 같기를 바라는 피같은 마음 하나 생겼으면 합니다. 여럿이 모여 마음을 담았으니 그리되겠지요. 꼭 그리되겠지요.
그리하여 세상의 시인들에게 이렇게 기원합니다.
"우리 마음 속 시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죽었던 당신들을 살려 내길 바랍니다. 이제 다시는 굶지 않고 시를 써서, 시를 씀으로도 먹고 살 수 있기를, 그리하여 영혼을 이끄는 삶의 전령관이 다시 되어 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대들이 '마음의 피로써 글을 쓰면 우리는 그것이 곧 영혼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