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의 과학 - 왜 모든 생명체의 크기는 서로 다를까?
존 타일러 보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이끌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이 도착했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페이지가 적었다. 그리고 내용 또한 애초의 기대에  약간 어긋났다. 크기의 과학이래서 이전에 알고 있던 크기에 관한 지식을 더 축적할 셈이었는데 보게 좋게 당했다. 참고로 북극곰의 덩치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 같은 것이 원래 내가 알고 있던 크기에 대한 지식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실망스러웠다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전문지식이 가미된 책읽기를 좋아하는 터라 이 책 역시 내게 적합한 읽을 거리였다. 

저자는 진화 과정에서의 크기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눈다. 그렇게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성과 더불어 아직 미지수인 내용들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이노 박테리아'가 등장한 부분이다.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몇 마디로 줄인다면 그 부분이 될 것 같다. 더불어 그 내용 자체가 인간 사회에 고스란히 전이  가능하다는 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더 말할 나위 없겠다. 

사이노 박테리아는 남조류로 우리가 집에 민물 수족관을 두게 되면 골치를 썩이게 되는 바로 그 이끼로 생각하면 된다. (아닌가?) 사이노 박테리아가 크기를 키우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출 때 마련한 최소한의 3가지 기능은 '생식', '질소고정', '광합성' 이다. 이렇게 3 기능을 각자의 세포가 분업하고 있다. 애초에 세포 수가 적었을 때는 이 3 기능을 번갈아 했을 것이지만, 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크기는 세포수가 좌우한다) 각자의 기능을 나눠 가짐으로써 훨씬 유리한 개체가 된 것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멀티 플레이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점차 조직이 커지면 반드시 전문영역을 두고 분업할 필요가 발생한다. 이 경계를 인지하지 못하면 생물이 진화의 대열에서 밀려나듯이 조직 또한 무너질 것이다.  

크기가 커지는 것은 단순히 부피만 2배로 커지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기초가 함께 변해서 그 크기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사에서, 나 같은 직장인이 직장에서 느끼는 감정이 그러하다. 어중간한 크기의 조직으로 분사하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심적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은 나에게 그 불편함의 정체를 알려 주었다. 

비오는 저녁, 이런 책 한 권 들고 잠시 교양(?)을 쌓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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