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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향 진한 커피 한잔을 내리고, 강정 하나 꺼낸 후 두근대며 비닐커버를 벗긴다. 아끼듯 페이지를 넘기고... 결국 왈칵 눈물이 났다. 옥춘당! 어릴적 내가 돌상에 올려놓고 잡길 기대했던 연필도 돈도 실타래도 마다하고 곁다리로 얹어놓은 알록달록 옛날사탕을 덥석 쥐고 입에 갖다대 어이없더라는 엄마의 말이 기억났다. 그게 아마 옥춘당, 이 사탕이었다. 그동안 이름도 몰랐는데.
고자동씨! 돌아가시기 전 엄마의 손을 잡고 뒷산 산책을 함께 가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찐한 연애로 가진 것 없이 결혼한 두분, 경상도 싸나이에 열정적인 동시에 독재적이던 아버진 어머니가 몹시 아픈 후 180도 변신하셨고, 달달한 남편으로 3년정도를 살다 돌아가셨다. 그리 일찍 가려고 마지막에 잘해줬나 하시던 엄마의 말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들렸고, 내가 모시고 살던 1년동안 책속 순임씨처럼 엄마는 너무나 위태로웠다.
순임씬 사실 최근 모시던 시부모님을 더 연상시켰다. 조용한 환자란 말이 너무나 어울리던 시어머니, 조용하고 얌전한 심장병환자, 무너지고 계시던 당신의 현재가 가슴아파 외면할 수 없던 시간들, 그리고 조용한 치매환자 시아버지, 자꾸만 잠이 들고 깨면 어디가 어딘질 기억못하고 오직 먹는 순간에야 기운이 나시는 시아버지는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아기새같았다. 옥춘당에서와 달리 시부모님들은 달달한 사이가 아니었지만서두. 다행히 지금은 좀 회복되어 본가로 돌아가셨다.
오늘은 엄마와도, 시어머니와도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 곧 만나자고, 만남은 짧겠지만 그 시간 따스하게 보내자고, 옥춘당같이 달달하진 않아도 마음이 춥진 않도록 천천히 녹여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