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느려도 좋다

이규현 지음
두란노 2012.12.15
펑점

책의 표지부터 시작하여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일러스트 삽화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데 있다.

책을 받아 드는 순간,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 될 것이라는 느낌보다 한 편의 문학소설을 읽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목차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앞의 두 부분은 마음에 관한 것이고, 뒤의 두 부분은 영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앞선 두 부분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던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는 말하고 있고, 뒤의 두 부분에서 약간의 기독교적인 느낌은 나지만 설교적인 느낌은 나지 않고(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종교적인 내용은 배제했다고 한 것이 기억 났다.) 편하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빠르게 산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회에서도 교역자가 부임을 하면 얼마나 빨리 부흥을 시키느냐에 따라서 교역자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8년동안 사역을 하고 있지만, 나도 처음 사역을 할 때는 나의 설교와 사역으로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의 열정과 설교로 아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만큼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실망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들은 성장을 하든 안하든(아이들의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연연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명들을 잘 감당해 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가꾸기에 바쁘다. 교회에서 모습과 일상에서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른 기독교인들을 볼 때가 있다. 아니, 나부터도 집에서의 행동, 친구들과 있을 때의 행동, 교회에서의 행동이 너무나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를 너무나 꾸미고 가꾸는 데 익숙해져서 내가 속해있는 정체성에 따라 나의 모습을 바꾸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진솔함이 사역 가운데 필요한 것 같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가져야겠다.

몇 교회를 거쳐 사역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었다. 나 스스로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때로는 아이들의 연락을 받으면서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베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과연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베푼 사랑만 생각했을 뿐, 내가 받았던 사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사랑한 것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누구에게 24시간이라고 하는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는 그 시간을 자기 나름대로 잘 활용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그 시간들이 전부 다 나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끔 한다. 연말 연시... 다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분주하게 시간들을 보낸다. 한 해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도 하고, 내가 챙겼던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도 소외받고 관심받지 못하는 이들을 생각하고 챙긴다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소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챙기지 않아도 어디서든 많은 챙김을 받을 사람보다, 우리가 챙기지 않으면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할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나는 죄인이다. 죄성이 가득한 사람이다. 내 안에는 선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를 나의 탐욕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내 편한대로 나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탐욕이 우리의 시력을 파괴한다고 한다. 하나님의 찬란한 빛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우리는 바라보아야 한다. 세상이라는 감옥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세상이라는 감옥에서 철창살 너머로 하나님을 희미하게 바라볼 뿐이다.

저자는 본서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느려도 좋다'는 제목에 너무나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기다림, 사랑, 비움, 시간, 영성, 감성, 내면...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다 끌어안고 채우기 위해서만 분주했다. 이제는 내려놓는데도 익숙해지는 모습이 되어야겠다. 뭔가를 잃는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더 나가기 위한 정리라고 생각해야겠다.

2013년을 준비하면서 다시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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