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 - 괴짜 수학자의 인문학 여행
김용관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카르트, 철학에 딴죽을 걸다`의 김용관 선생님이 쓴 책이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어렵지 않은 문체를 사용하면서도 데카르트 철학에 대해 얕지 않은 식견을 보이는게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저자의 `수냐의 수학까페 2`를 읽다가 수학에 대한 설명이, 정말 고민을 많이 해본 사람의 설명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검색을 하던 중 `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라는 다소 재미없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책소개를 본 후 읽게 됐다.
어떻게 보면 그리 참신하지 않은, 기존의 유명한 책과 이에 관련된 타학문의 관점에 대한 책이다. 예를 들어 문학과 철학이, 영화와 경제가 있으며 등등. 이 책도 역시 이런 면에서는 그렇다. 유명한 책 19권과 이에 관련된 수학 이야기들. 진부해 보일 법하다.
그럼에도 `수냐의 수학까페2`를 재미있게 읽돈 중에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그 기존의 책에 대한 선정이다. `신통기`라니, `역사`라니, `소크라테스의 변명`, `티마이오스`, `장미의 이름`, `방법서설`이라니....
위의 책 제목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어떤 작품에 어떤 부분이 수학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 수학의 원리는 이렇고 저렇고..` 이 정도로 예상을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이보다는 좀 더 큰 그림, 그러니까 책의 전체 내용이라던가, 그보다는 더 근원적인 관점에서의 주제들을 건드린다.
먼저 1강인 `신통기`에서는 진법에 대해 고찰하고, `역사`에서는 단위와 기하학의 탄생, `이솝우화`에서는 시공간과 변화, 그리고 학문 전달에 있어서 우화의 문제..저자는 고전들에게서 말 그대로 수학적인, 진지한 수학적인 성찰을 해나간다.
모든 내용들이 알차고 흥미로웠지만, 특히 나에게는 두 파트에서 눈이 번쩍 띄였다. 먼저 `티마이오스`. 이전에 `티마이오스`를 읽다가 몇 페이지 못읽고 두 손 든 적이 있는 아픈 기억의 플라톤의 저서인데, 후에 읽은 `부분과 전체`에서 하이젠베르크가 `티마이오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내용을 보고 나의 수준에 대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 `티마이오스`를 이 책에서는 대략적으로 어떻게 플라톤이 각각의 수와 도형으로 우주의 창조를 기술해냈는지를 설명한다. 이 정도로만 해도 나에게는 참 도움이 되었겠지만 저자의 내공을 느낀 것은 이에 더해서 플라톤의 이런 철학적인 기반이 피타고라스학파라던가 원자론자들에서 어떤 면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그 다음은 `방법서설`. 작년에 그 고전을 읽고 세상이 달라져보인 경험을 한게 기억난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못하지만 그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공부해왔던 방법에 대해 다시 처음부터 고민하게 만든 `방법서설`이라니..데카르트의 철학이라던가 수학적 성과는 많이 알려져 있기에 이 부분만은 그렇고 그런 내용이겠거니라고 넘겨 짚었던 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원론과 비교해가면서 데카르트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낸 것이다.
이 외에도 규칙을 다르게 생각해보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차원에 대한 `플랫랜드`에서의 고찰을 읽으면서 독서 자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메타독서란 것은 이런게 아닐까? 저자처럼 생각할 수 있으려면 일단 여러 분야의 책을 폭 넓게 읽고,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깊이 있는 이해를 해야할 것이다. 일단 이렇게 내공을 쌓고 이에 대해서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주변을 관찰하든 자신의 내공을 바탕 삼아서 생각을 하며 사색을 해나가야 한다고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응급실 - 평화와 생명을 가꾸는 한 외과의사의 지구촌 방랑기
조너선 캐플런 지음, 홍은미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한 번 더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10년 1월, 그러니까 전공의 1년차 겨울 휴가지에서다. 당시 나는 1년차만 마치고 전공의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하고 싶어서 한 외과이지만 생활은 내가 생각하는 외과의사의 삶이 아니었고, 난 이 분야에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에 당시 소아외과 펠로우이고 곧 아프리카로 가서 의료활동을 하기로 되어 있던 선생님에게 현재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이 `아름다운 응급실`을 추천해주셨다.
혼자 겨울휴가로 간 해운대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아름다운 응급실? 뭐지?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을 모은 책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원제는 `The dressing station`인데, 오히려 응급실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저자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회고록이었다. 글 자체를 재미있게 잘 쓰기도 했지만, 저자의 여러 분야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아, 외과의사로서의 삶이 단순하지는 않구나, 여러 길이 있구나. 남은 전공의 3년만 버텨보자. 그리고 외과의로서 자유롭게, 자유로운 외과의로서 살아보자`하고 다짐했던 게 떠오른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주변 상황이든 내 마음이든..하지만 긴 방황과 좌절의 길에서 다시 새출발, 아예 새로운 길로의 여정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지로의 다른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전공의를 마쳤으니 이전보다 좀 더 앞일 수도 있지만, 기본부터 다시 다져가며 놓쳐버린 시간들을 거슬러 가야하기에 훨씬 뒤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다시 마음을 다잡아볼까 고민 중에 `아름다운 응급실`이 떠올랐는데, 그건 `다양한 삶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 활동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올라서였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대한 담겨 있다는게 기억이 나서..그래서 다시 책을 펼쳤다.
5년 만의 재독이라 그런지 `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전에 읽었던 내용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한 여전히 내 마음을 뛰게 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1년차일 때라 잘 몰랐지만 지금 읽어보니 저자가 마인드 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외과의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것은 저자의 휴머니즘이 아닐까.
다시 분발하기 위한 자극을 얻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읽고 나니 또 걱정도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결국 버텨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상황은 저자와 나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먼저 그 길을 갔고 해낸 사람이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절대 낭만적인 상황은 아니다. 전쟁과 의료 현장은 현실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이에 겁먹고 포기해버리기보다는 저자처럼 신념을 갖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을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을 요리하는 뽀모도로 테크닉 - 지금 일에 집중하는 25분의 힘
스타판 뇌테부르 지음, 신승환 옮김 / 인사이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몇 달간 공부를 할 때나 책을 읽을 때나 유난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10분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 '노트의 기술'을 읽다가 뽀모도로 테크닉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어플 스토어에서 검색해보았는데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든 '토마토 시계' 어플이 있었다. 사용 방법은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딱 그 방법만 사용하고 자그마한 단어장에다가 실행한 기록만 간단하게 적어가면서 어플을 이용해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집중이 잘 되었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예스24에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시간을 관리하는 뽀모도로 테크닉'이란 책이 있었다. 많이 팔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한 권의 책으로 나올 만큼 내가 모르는 이용법이 더 있겠다 싶어서 냉큼 주문을 했다. 도착하기 까지 약 5일 간은 그냥 내가 하던데로 초간단 기록만 하면서..

모 서평에서는 단순이 25분 집중, 5분 휴식에 대한 방법에 대한 설명과 근거가 다인 책이라고 했지만 읽어보니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와, 효과성에 대한 근거, 이용 방법, 방해 처리 방법, f/u 방법, 내게 맞춰쓰기, 그리고 팀플레이에서의 적용 등을 작가가 직접 그린 귀여운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우선 이 집중법이 효과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flow, 말콤 글랜드웰의 outlier, blink, 그리고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어서 신뢰를 주었다. deadline의 압박으로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되는 나의 상황은 큰 공감이 되었다. 내가 희망하는 상황은 어제 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 kaizen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단한 이 테크닉을 이용하고 평가하고 개선함으로써 내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하는 이 방법을 내가 어찌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끊임없이 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방해요소 퇴치에 대한 방법까지 알려주니 이거야 원...(뽀모도로 중간에 다른 할 일이 생각나면 옆에 메모해 두고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한다)

 

 방법은 Deming cycle이라고 해서 PDCA 순서대로 한다. 즉, 우선 해야 할 계획을 짜고(plan), 그 선택한 일을 하고(do), 일을 마칠때마다 뽀모도로 완료 여부와 방해 요인등을 기록한다(check). 그리고 평가하고 조치를 취한다(act). 종이 세 장을 준비해서 to do today(오늘 할 일), activity inventory(일 목록), records(기록지-프로세스 측정 지표를 기록)하면 되는데 자기 기호에 맞게 변형하면 된다.

 

 책을 읽고 5일 정도 더 뽀모도로 테크닉을 사용해보았다. 내가 생각한 장점은...

1. 일단 plan을 짤 때 현실적으로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한 것을 집중한다는 게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서도 이미 읽어서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중간중간에 잡생각도 났지만 나날이 집중도가 좀 더 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즉, 방해 요인 퇴치 건수가 늘었다.

2. 게다가 쭉 집중해야한다는 압박보다는 단지 25분만 집중하면 된다는 점은 확실히 부담이 덜했다.

3. 집중-휴식-집중-휴식-집중...이라는 리듬을 타니까 지속 가능한 페이스를 느낄 수 있었다.

4. 시간 관리 효율성이 높아졌다. 단순히 몇 시간 공부, 독서보다는 '뽀모도로 몇 개' 이렇게 나누니까 계획짜기가 수월하고 평가도 쉬웠다.

6. 시간 분배가 어렵지 않아서 오히려 우선 순위가 덜한 일에도 어느 정도 뽀모도로를 부여할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서평 쓰는 것도 시간 분배를 함으로써 가능했다.

7. 가장 중요한 점인데, 25분간 온전히 집중한 뽀모도로 개수를 기록으로 보니 뿌듯했다. 물론 모든 일을 계획한대로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고, 개선점을 고려할 때는 좀 더 전략적으로 할 수가 있었다.

다만, 뽀모도로 예측, 추정을 해서 나중에 평가하는 과정은 나에게는 좀 벅찼다. 아직은 정확히 내가 할 일들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고 변동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예측과 추정 및 평가가 가장 중요한데...고급 과정 같기도 하다. 아직은 나도 사용한지 10일 정도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개선하고 나에게 맞게 수정할 여지는 많을 것이다. 뽀모도로 테크닉을 내가 사용하는 집중을 하며 지속 가능한 페이스를 만드는 것인데, 시간 관리를 하고 평가함으로써 어제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