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응급실 - 평화와 생명을 가꾸는 한 외과의사의 지구촌 방랑기
조너선 캐플런 지음, 홍은미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한 번 더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10년 1월, 그러니까 전공의 1년차 겨울 휴가지에서다. 당시 나는 1년차만 마치고 전공의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하고 싶어서 한 외과이지만 생활은 내가 생각하는 외과의사의 삶이 아니었고, 난 이 분야에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에 당시 소아외과 펠로우이고 곧 아프리카로 가서 의료활동을 하기로 되어 있던 선생님에게 현재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이 `아름다운 응급실`을 추천해주셨다.
혼자 겨울휴가로 간 해운대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아름다운 응급실? 뭐지?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을 모은 책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원제는 `The dressing station`인데, 오히려 응급실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저자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회고록이었다. 글 자체를 재미있게 잘 쓰기도 했지만, 저자의 여러 분야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아, 외과의사로서의 삶이 단순하지는 않구나, 여러 길이 있구나. 남은 전공의 3년만 버텨보자. 그리고 외과의로서 자유롭게, 자유로운 외과의로서 살아보자`하고 다짐했던 게 떠오른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주변 상황이든 내 마음이든..하지만 긴 방황과 좌절의 길에서 다시 새출발, 아예 새로운 길로의 여정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지로의 다른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전공의를 마쳤으니 이전보다 좀 더 앞일 수도 있지만, 기본부터 다시 다져가며 놓쳐버린 시간들을 거슬러 가야하기에 훨씬 뒤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다시 마음을 다잡아볼까 고민 중에 `아름다운 응급실`이 떠올랐는데, 그건 `다양한 삶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 활동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올라서였다.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대한 담겨 있다는게 기억이 나서..그래서 다시 책을 펼쳤다.
5년 만의 재독이라 그런지 `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전에 읽었던 내용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한 여전히 내 마음을 뛰게 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1년차일 때라 잘 몰랐지만 지금 읽어보니 저자가 마인드 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난 외과의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것은 저자의 휴머니즘이 아닐까.
다시 분발하기 위한 자극을 얻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읽고 나니 또 걱정도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결국 버텨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상황은 저자와 나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먼저 그 길을 갔고 해낸 사람이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절대 낭만적인 상황은 아니다. 전쟁과 의료 현장은 현실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이에 겁먹고 포기해버리기보다는 저자처럼 신념을 갖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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