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사강의 작품들은 인생에 대한 사탕발림 같은 환상을 벗어버리고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그리고 있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생전에 파티와 자동차, 도박, 약물의 중독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했으며 연애, 결혼, 이혼, 법정 출두 등 개인적인 아픔으로 충동적이며 파괴적인 삶을 살았다. 이러한 그녀의 인생사가 더욱더 그녀의 문체를 사강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법정에 마약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변론으로 나왔던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녀의 유작 [마음의 심연] 국내 최초로 발간되었다.
플라타너스와 오래된 담장, 그리고 뒤죽박죽인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으로 세월이 흔적과 주인의 고약한 취향이 느껴지는 '크레송'가의 저택에 '뤽도빅'이 돌아온다. 뤽도빅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났고 요양병원에 있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이 '마리 로르'를 처음부터 '크레송'가의 돈을 보고 결혼하긴 했지만, 사고 이후로 더욱 그와 멀어지고 경멸하며 무시한다. 그런 '마리로르'의 모습을 시아버지인 '앙리 크레송'이 목격하게 되고, 아들 '뤼도빅'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파티를 개최하기로 한다. 이 파티를 위해 주최자로 '마리로르'의 어머니인 '파니 크롤리'를 [라 크레소나드]로 초대해 머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크레송'의 남자들이 '파니'를 보며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고, 이내 마음속 감정이 표출되게 된다.
라 크레소나드의 식탁
마음의 심연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식사 자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여기서는 등장하는 모든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비웃거나 경멸하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사랑의 사인을 주고받는 식탁으로 변하게 된다. 나는 '마음의 심연'을 보면서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각각 변화되는 상황과 심리,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행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뤼도빅'을 경멸하며 무시하는 '마리로르'와 가족들에게 억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앙리 크레송'의 식탁에서 장모인 '파니 크롤리'와 사랑에 빠진 젊은 '뤼도빅 크레송'과 그들의 사랑을 빠르게 캐치한 '필립'의 식탁으로 이어진다.
왜 프랑수아즈 사강인가?
흔한 클리셰라도 그녀가 쓰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섬세한 표현력과 생동감 있는 문체에서 뻔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사강스러움이 부여된다. 한마디로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그녀의 표현력이 더해진다면 작품이 된다는 이야기다. '마음의 심연'에는 그녀의 섬세하고도 예민한 묘사가 더해진다.
▶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
너무 유명한 그녀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작이었던 '마음의 심연'은 프랑스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마음의 네 모퉁이'라고 합니다. 미완성작이기 때문에 완결이 되지는 않아서 열린 결말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강 특유의 문체와 표현력은 많은 분들이 좋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분명합니다. 가독성이 좋다라고 말하기엔 글은 읽기 편하나 소설의 내용보다는 문체에 집중해서 본다면 중상정도의 난이도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문학의 특징상 그들의 문화에 대한 깊지 않은 얄팍한(?) 정도의 문화를 알고 있어야 조금 더 수월하게 인물들의 내면에 대해 이해가 갈 듯합니다.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군중이든 대중이든 사회든 간에 대상에 대한 짐작이 애매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그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어떤 예측이 평소 인상이나 환상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 그것을 믿는 마음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눈부신 태양 아래서의 입맞춤은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속상인 세 마디 말은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사람들이 은밀한 기쁨을 느낄 때는 어떤 장면을 실제로 볼 때가 아니라 상상할 때다. 실제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나 이해하게 되는 것보다 뜻밖에 목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짜 인상을 진짜 인상보다 훨씬 더 예리하게 느끼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어떤 일을 목격하고 그 일이 설마 사실일 리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 믿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 일을 더더욱 믿고 싶게 만든다. - P251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놀라고 두려웠다. 누군가와 첫 포옹부터 그토록 내밀하고 자연스럽게 친밀해진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두려움도 호기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보다 열살이 많든 적든, 그 일이 스캔들이든 아니든, 그것이 지속적이든 일시적이든, 이 사건, 피아노 옆에서의 그 두시간이 그녀의 삶, 그녀의 숨관과 어울리든 그렇지 않든 간에. - P194
이렇게 스프레드만 모아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새로운 스프레드도 접 할 수 있었다
서커스를 주제로한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의카드는 아니다. 가격대비 괜찮기는 하나 광택이 있는 재질의 카드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림과 어울리지는 않는 광택이 아쉽다. 박스는 크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