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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는 똑똑한 문어 마셀러스와 상실을 겪은 토바,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캐머런 이 세명이 주요 인물이다.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마셀러스를 보며 코로나로 인해 각자의 공간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간절히 밖을 원했지만 나갈 수 없었고 기껏해야 집 앞이 전부였다. 마치 마셀러스가 탈출해도 아쿠아리움 안이었던 것처럼. 그런 마셀러스에게 다정히 말을 걸어줬던 토바의 따뜻함은 읽는 내내 나를 감동시켰다.
토바 역시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잃고 아쿠아리움 청소 일을 하면서 겨우겨우 하루를 채워 살아가고 있었지만 마셀러스를 만나 조금씩 활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셀러스로 인해 캐머런과 이야기를 나누며 또다른 내일을 기대하고는 한다.
캐머런은 여기 나온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한심하다. 무슨 일이든 오래하지 못하고 그저 편하게 돈 벌고 싶어한다. 그러다 우연히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풀 실마리를 얻게 되고, 그렇게 토바가 사는 동네에 가서 아쿠아리움에 취직해 일을 하게 되며 처음으로 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다.
이렇게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랬던 사람들이 마셀러스가 있는 아쿠아리움으로 모여 자신의 일상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코로나로 인해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모두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으로 보며 엉켜있던 일상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놀라거나 충격을 받거나 공포를 느낄 때, 인간들은 심장이 멎었다고 말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혼란스러웠다. 내 기관 심장은 수영을 할 때마다 멎으니까. 하지만 청소하는 여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졌을 때는 수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심장이 이상했다. 그녀가 나아졌길 바란다. 수조 벽면이 더러워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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