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무애락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19
혜강 지음, 한흥섭 옮김 / 책세상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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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의 대표적인 음악사상은 '악기', 도가의 대표적인 음악사상은 '성무애락론'' 유가를 대표하는 음악사상은 '악기'이다. '악기'는 음악을 하나의 도구로 본다. 즉 음악을 윤리도덕과 연관해, 인간을 윤리적으로 더 선한 심성을 지닌 인간으로 만드는 것을 음악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으로 유교는 때로 자신의 이념에 맞지 않는 음악을 억압하기까지 했다. 즉 음악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사실 유가의 음악사상은 일종의 사회학이다. '악기'를 쓴 저자들은 사회통합의 도구로 음악을 여겼다. 즉 ''예'는 인간을 구별하고, '음악'은 인간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유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예'로써 위계질서를 잡아 인간을 구별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본래 구별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유교는 그것을 완화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때로는 꽉짜인 위계질서로 인한 스트레쓰를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유교는 바로 음악을 주목했다. 음악은 구분을 없애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절대 지나치면 안 된다. 유교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지나친' 음악을 싫어한다. 그래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싫어하고, 느린 템포의 음악을 좋아한다. 또 유교의 음악사상을 따르는 음악은 '정악(바른 음악)'으로, 그렇지 않은 음악을 '속악(속된 음악)'으로 분류했다.

어째든 유가는 음악을 인간을 교화하는 하나의 정치적 도구로 여겼고, 그 사상에 어긋나는 음악을 무시함으로서 음악발전에 장애가 되었다. 이러한 유가의 음악사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상가가 바로 '혜강'이다. 그는 황노학이 유행하던 위진남북조 시기의 사람이다. 그는 음악을 음악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듣는 것을 반대했다. 소리 자체가 갖는 고유의 심미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즉 음악을 독립적인 예술로서 가치와 의의를 지닌 것으로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책의 최고 미덕은 친절한 해제'

사실 이 책은 번역자 한흥섭 씨의 깔끔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쉽지 않다. 즉 '성무애락론'의 사유의 깊이를 따라가는 것은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그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원전 번역의 양보다 더 많은 친절한 해제이다. 정말이지 이 해제가 없었다면, 결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나'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이 책은 유가의 음악사상을 대표하는 이와 도가의 음악사상을 대표하는 이의 진지한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논박을 따라가다 보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소리에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는지, 소리와 마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의 음악사상이 유가의 음악사상과 어떤 면에서 구별되고 어떤 면에서 합일하는지... 이 책은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나'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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