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신 자유주의 시대, 복지정책의 딜레마
아스비에른 발 지음, 남인복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한국 사회에 복지국가 담론이 한창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 복지국가 논의에 수준을 높여 줄 책이다. 이 책이 주로 논의하는 복지국가는 가장 수준 높은 단계에 이른 북유럽 복지국가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공정할 뿐만 아니라 생산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적인 예를 들면, 덴마크는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데, 단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가장 높다.

복지국가에 대해 논의하려면 우선 복지국가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점검해야 할 테다.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정의부터 깔끔하다. 복지국가는 복지 재정이나 몇 가지 정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복지국가는 강화된 민주주의와 활발한 노동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투쟁의 결과물이다. 자본과의 격렬한 투쟁을 통해 마침내 얻어낸 성과물이다. 자본은 노동을 파괴할 수 없고, 노동은 자본의 고지를 넘어설 수 없는 교착 상태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다. 즉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 균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핵심은 권력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다. 자본 우위에서 자본과 노동의 합의로 권력 관계의 변화가 복지국가가 유지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래서 자본의 힘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균형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계급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련 사회주의 사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본의 욕망은 통제되었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불황 없는 자본주의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유럽 복지국가가 성장하던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복지국가도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자본의 힘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지난 2, 30년간 복지국가는 강력한 경제적,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그 결과 권력 균형은 깨지고, 자본은 날뛰었다. 이내 많은 복지 정책이 후퇴했으며, 일부 보편적 복지가 선별적 복지로 후퇴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노동시장과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배제당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노동은 자본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동시에 민주주의도 훼손되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복지 수준이 후퇴했다고 해도,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 보면 완전 천국처럼 보인다.)

자본의 힘도 영원할 수는 없다. 자본이 그토록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급기야 파국을 몰고왔다. 맑스는 <자본>에서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공황이 주기적으로 올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 예측이 다시 한번 맞았다. 고삐 풀린 자본이 활개 치고 다니다가 2008년 급기야 공황을 몰고왔다. 거품이 급속히 꺼졌다.

그런데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파국을 몰고왔음에도 여전히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문제를 만든 투기 자본에 대한 견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본의 힘을 규제하고 복지국가를 회복하기 위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한편 이 책은 유럽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움직였다고 본다. 유럽연합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봐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다. 살펴보았듯이, 복지국가를 세우려면 그 사회의 권력 관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능할까? 강화된 민주주의와 활발한 노동운동이 뒷받침이 되어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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