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길잃은 거대 건설 프로젝트가 넘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송도국제도시, 한강르네상스, 고양 한류우드, 판교 알파돔 등등. 이러한 거대 도시 개발 프로젝트들은 면밀한 사업성 분석 부족, 책임 주체 간의 역할 분담 미흡으로 인한 분쟁, 무분별한 진행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체계적인 관리도 부족하다.

큰 문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거대한 규모의 부실을 낳고, 이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누비는 순간에도 눈먼 돈을 이용한 눈먼 개발과 투자가 일어나는 현재의 상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들 사업이 디벨로퍼가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상이한 업종이 뭉쳐서 만든 페이퍼 회사가 주체로 있는 것이 문제임을 보여준다. 페이퍼 회사는 주체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 비용을 감리, 감독, 통제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도 할 수 없다.

이 책은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기 위해 '임대 위주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방식은 분양 위주의 전략이다. 이는 빠르게 건설해서 팔아버리는 방식이다. 이는 돈을 빨리 회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빨리 짓고 빨리 회수하는 것에 목적을 두다 보니, 질은 좋지 않다.

그리고 분양 위주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이 전략은 커다란 실패에 직면하고 만다. 요즘 거대 건설 프로젝트들이 다들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분양 위주의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반면 임대 위주 전략은 장기적이다. 이는 경기에 관계없이 디벨로퍼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준다. 게다가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개발하기 때문에 전체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낳는다. 이것은 성공리에 도시 개발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저자는 건물만 지으면 된다는 생각도 비판한다. 오피스 타운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오피스타운에 근무할 사람들이 주변에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갯벌에 세워진 송도와 청라지구에 화려한 오피스 건물만 지으면 금방 새로운 금융 허브가 생기는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한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이 책은 '바람직한' 디벨로퍼를 소개하기도 한다. 제임스 라우즈라는 사람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는 보스턴 다운타운의 퀸시 마켓 재개발에서 디벨로퍼의 리더십이 무엇이고 디벨로퍼가 이윤을 내면서 공익을 달성하는 사업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일생은 이익만 쫓는 탐욕스러운 디벨로퍼가 아니라 시민과 도시를 사랑하고 도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디벨로퍼였다. 한국에도 그런 디벨로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