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마쓰이에 마사시의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연애소설이라는 장르 속에 자연과 시간이 쌓아 올린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계절의 흐름과 함께 천천히 익어가는 삶의 풍경까지 포착해낸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마쓰이에의 문장은 특히 자연의 묘사에서 빛난다. 얼어붙은 땅 위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 뺨을 스치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볕, 대지 아래 흐르는 강 등등 페이지마다 오감을 깨우는 묘사는 홋카이도의 사계 속에 직접 서 있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읽는 내내 영화 속 설원 장면이 떠올랐다. 계절이 변화하는 흐름은 두 사람의 사랑이 자라나는 과정과 맞물려, 더 서정적이고 깊은 울림을 준다.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사랑과 삶, 사라짐과 재생의 순환을 함께 그려낸 작품이다. 나와는 무관한 인물들의 사랑인데도 그들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아직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 더욱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 이 소설을 재독할 때마다 감상이 달라질 것 같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마다 가즈히코에게 향하던 게이코를 생각하며, 또 펼쳐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