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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공현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서평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하루를 살아낼수록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착지에 가까워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일을 계획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준다. 과거를 발판 삼아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하는 그 마음은, 어쩌면 인간다움의 가장 단단한 뿌리일 것이다.
공현진 작가의 첫 소설집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등장인물들은 특별히 영웅적이지도, 세상을 구원하려 나서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은 자기 앞에 놓인 하루를 살아내고, 타인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며, 그 작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확인한다.
“어차피 멸망할 세계라면, 우리 함께 멸망하자고. 이 말은 내게 함께 살아가자고, 살자고, 하는 말과도 같다.” 작가의 말 中
공현진의 소설은 ‘멸망할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체념할 것인지, 혼자의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 손을 맞잡고 함께 살아갈 것인지. 작가는 ‘함께 멸망하자’는 말을 ‘함께 살아가자’는 뜻으로 바꿔 전한다. 차갑게 굳어가는 세상, 혐오가 깊어지고 개인주의가 과장되는 시대에 그의 소설은 미약하지만 확실한 희망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