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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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조약돌』에는 총 43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항아리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가볍게 읽게 되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이 책 또한 사람이 아닌 작은 존재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겪는 고민과 아픔, 사랑과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오래 남은 이야기는 ‘눈사람’과 ‘썩지 않는 고무신’이었다. 두 이야기는 단순히 상상에서 그친 우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눈사람 형제는 분단된 한반도를, 고무신은 5.18민주항쟁을 떠올리게 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으로 갈라져버린 눈사람 형제의 이야기 속에는 분단이라는 아픈 현실이 담겨 있었다. 녹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바라보며 버티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우화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조약돌』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은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조금 더 복잡하고 쓸쓸하면서도 담백한 여운에 가까웠는데, 누군가가 다정하게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감정이었다.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은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쉽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 삶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조약돌』 역시 그런 책이다. 하루의 끝에서, 혹은 생각이 많은 밤에 천천히 펼쳐 읽고 싶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날이라도 그 조약돌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 듯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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