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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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근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현재와도 맞닿아 있다. 경제 위기를 외부로 돌리며 특정 국가를 희생양 삼고, ’국가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유를 통제하는 방식은 이미 낯설지 않다. 현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나 성소수자 보호 정책 철폐 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떠올려보면,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세계는 더 이상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책 속에서 ’PACT(미국 전통문화 보존법)‘는 미국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아시아계 시민들 특히 중국계 미국인을 탄압하며 사람들을 이념의 틀에 가두고 공포로 지배한다. 반미국적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를 들어 부모에게서 아이를 분리하고, 그 가족의 사랑과 유대를 파괴해버린다. 이 모든 과정은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편협하고 잔인하다. 읽으면서도 이 설정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미 현실에서 우리는 유사한 정책들을 목격해왔고, 슬프게도 소설은 우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다.

주인공 ’버드‘와 그의 어머니 ’마거릿 미우‘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마거릿은 시인으로서 언어를 통해 저항했고, 그녀의 시는 정부의 검열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버드는 엄마가 쓴 시집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녀가 왜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해 나간다. 그리고 읽는 독자도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소설을 읽는내내, 단순히 미국에 국한돼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한국 사회가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산당’, ‘친중’, ‘반국가’ 등의 단어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혐오와 폭력은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고 있다. 무언가를 비판하면 곧바로 사상 검열이 따르고, 경계하고 배척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보편적이며, 지금의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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