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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소설을 읽는 동안 줄곧 밑줄을 그었다. 특히 '우리 어머니에게는 페미니즘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울컥했다. 나의 엄마, 외할머니, 그 이전 세대의 여성들이 그토록 많은 억압을 당하면서도 스스로를 정당화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그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했던 건 단지 그게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설 속 조에는 오스카를 고발했지만, 돌아오는 건 지지보다 공격이었다. 댓글, 루머, 조롱, 혐오. 그녀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SNS에서 누군가를 몰아가는 무리를 떠올렸다. 한 명의 개인을 쓰러뜨리기 위해 단어 하나로 칼날을 만든 그들. 때로는 그 안에 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그럼에도 이 소설은 끝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스카와 레베카는 끊임없이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싸우고, 공감하고, 과거를 고백하며면서, 이들의 대화는 완전한 화해로 끝나지 않지만, 적어도 '시작'은 한다. 그리고 이어진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듣고, 말하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야말로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느꼈다. *본 서평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