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Richards - Crosseyed Heart
키스 리차드 (Keith Richard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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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인 키쓰 리처드의 솔로앨범이 느닷없이 발매되었다. 이번이 세 번째 솔로앨범이라는데, 스톤스의 솔로 작품으로는 예전에 믹 재거의 앨범과 베스트 정도를 접하고 오랜만이다. 사실 잘 나가는 밴드 구성원의 솔로앨범이란 대체로 밴드로서의 결과물에 비하여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키스 리처드의 신보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조금 더 좋은 것들이라면 롤링 스톤스의 이름으로 발매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트랙에서 90년대 이후 비교적 최근의 스톤스 앨범에서 접할 수 있었던 키스의 솔로곡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특히 타이틀로 선정되었던 로킹한 싱글들 말고 수록곡들의 블루지한 감성을 내세우며 리처드 할배가 직접 부른 발라드 넘버들이 그러하다. 전반부 트랙들이 보컬만 믹 재거에서 리처드로 바뀐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면, 앨범의 후반부 발라드 트랙들은 그간 스톤스 앨범에 수록할 뻔 했을 법한 발라드 트랙들이 주를 이루는 편. 아무튼 역시 스톤스 사운드의 핵은 바로 이 할배가 쥐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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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상처 - 김훈 기행산문집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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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여유있게 책을 둘러봤다. 서점은 강원도 속초의 동아서점이라는 곳인데, 원래부터 오래된 서점이었지만 올해 리모델링을 하여 지역서점 치고는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며 도서 구색 또한 매우 훌륭하다. 일반적으로 서울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또는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프렌차이즈 서점만 다니던 내게 이런 고고한 독자 서점의 아즈넉함은 상당히 인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따스한 빛의 채광이라던가, 방문객을 배려한 동선 구조, 책장들의 여유로운 구성 따위가 종합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완전무결한 세계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아무튼, 서점 안은 유독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여유로움이 넘쳤고 나는 그 시간의 파도 위에 자연스레 몸을 실듯 천천히 책들을 살폈다. 평소 소설 부분만 살펴보던 습관을 버리고, 경제/경영 부문이나 에세이, 또는 잡지나 월간물(주로 문학 관련) 등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개인주의자 선언'은 진작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던 책이었는데, 직접 서점에서 실물로 보니 더욱 강하게 읽고 싶어졌다. 나는 그 책 하나를 집어들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문학 관련 월간지가 제법 많아 놀랐더랬다. 가격도 저렴하고. 세상에는 참 잡지 종류가 많은 것 같다. (안타깝지만) 팝/록 전문 잡지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래도 읽을 거리는 넘치고 또 넘쳤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트 분야에서도 그 책들의 유려한 디자인에 매혹되어 하나하나 집어들고 탐험가의 마음으로 책표지의 앞뒤를 살폈다. 소설 분야에서는 현대문학의 기 드 모파상 단편집이 눈에 띄었는데, 모파상의 수많은 작품들을 콜렉팅한 것이어서 꼭 읽어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구경한 끝에, 결국 고른 책은 김훈의 '풍경과 상처' 기행산문집이다. 이 책은 원래 1994년도에 발간된 책으로, 2009년에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으로 나온 것을 골랐다(2015 서울국제도서전의 문학동네 부스에서 사려 했으나 취급하지 않아 못샀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집어들고 엑스포공원 근처의 예쁜 까페에 들어가 책을 읽는 된장놀이를 이어갔다.

20년도 더 지난 글들이지만, 걱정과는 달리 글들은 여전히 생생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문장은 낡지 않았고, 오히려 젊었을 적의 김훈 작가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젊은 문장들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김훈 작가라는 생각이 들게끔, 글들은 그 특유의 문장력이 이미 자립하여 있어서 한 줄 한 줄 읽기가 버거울 따름이었다.

이 책은 기행산문집으로 전국 각지의 풍경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적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여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다만 그것과 달리 사진은 한 장도 담겨있지 않으며 문단 구성도 소설의 그것과 같아 쉽게 읽어내려갈만한 산문집은 아니다. 더군다나, 김훈 작가 특유의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풍경에 쉬이 닿게 하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을 가까스레 훓게 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어서, 읽는 중에도 혹은 읽고 나서도 사물의 본질 혹은 풍경의 중앙을 보기는 커녕 무엇을 읽고 무엇을 보았는지 짐작조차 어렵게 만드는 어리둥절함도 있다. 책의 말머리에는 '개정판을 내며' 덧붙이는 작가의 말이 있는데, 여기서 그는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 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도 20여년 전의 글쓰기 스타일의 특징을 정확히 꽤뚫고 있는 모양이다.

이틀간 책을 보며 책 속의 풍경을 마음 속으로 그렸다. 이제, 10월 산천의 가을 풍경을 두 눈에 가득 담으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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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avid Gilmour - Rattle That Lock [CD+DVD Deluxe Edition] - 양면 포스터 + 기타 피크 + 엽서 세트
데이비드 길모어 (David Gilmour)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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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인 데이비드 길모어 할아버지의 새 앨범이 나왔다. 작년에는 그의 주도로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작품이 나왔는데, 노년에 이르러서도 정력적으로 창작활동과 라이브 투어를 하시니 대단하실 따름.

해설을 보면 록과 재즈,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장르를 섞으려 노랬했다고 하던데 과연 재즈의 어프로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작년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앨범도 그렇고, 최근 그의 곡들은 보컬은 뒤로 빠진 느린 연주곡이 많은 편인데 이번 신보 역시 대체로 연주에 더 힘을 준 모양새이다. 그 와중에 참으로 야릇하게 재즈의 정서가 느껴진다. 타이틀을 비롯하여 'Dancing Right In Front Of Me' 'The Girl In The Yellow Dress' 등 주로 긴 제목의 곡들이 그렇다.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연주곡의 특성 상 러닝타임이 긴 편인데, 특히 곡이 끝나가는 후반부 무렵 페이드 아웃으로 끝내고 공백이 좀 길다. 사실 이 끝날 무렵의 몇 초 정도는 차라리 과감하게 잘랐다면 어땠을까 싶다.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나오기까지 의외로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 앨범의 커버아트 역시 별로다. 솔직히 지난 핑크 플로이드 마지막 정규앨범도 커버아트가 너무 구렸다. 이 할아버지는 자꾸 뭔가 SF적인 요소를 넣으려 하는 것 같은데, 그들의 음악과도 잘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드림 시어터 앨범 같고 촌스럽다...

아무튼 음악 자체는 의외로 신선했고 나쁘지 않았다. 대체로 노장들의 신보는 예우 차원에서 빨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앨범은 나름의 명색을 유지하는 듯 하여 괜찮다. (이 자리를 빌어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그리고 작년의 핑크 플로이드 앨범도 차라리 데이비드 길모어의 솔로로 발매되었더라면 차라리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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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tarsailor - Good Souls: The Greatest Hits
스타세일러 (Starsailor) 노래 / 워너뮤직(WEA)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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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세일러를 비롯하여 트래비스, 콜드플레이, 도브스, 엘보우 등 2000년대 초 데뷔했던 영국밴드들은 유독 애정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록 음악을 처음으로 접하여 듣던 시기이므로. 당대 데뷔했던 브릿팝 밴드들의 시작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세일러는 영국 특유의 음울한 감성을 멋진 기타팝 사운드로 멜로디컬하게 연주하여 데뷔 당시부터 인기가 대단했던 밴드이다. 여느 영국 밴드가 으레 그렇듯, 1집이 무척 훌륭했고 다소 밝은 성향을 내비췄던 2집도 괜찮았었다. 다만 음악적 방향을 바꿨던 3집이 삐끗한 것으로 보였고 다시 4집에서는 초기의 감수성을 회복하여 트래비스와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기존 히트싱글 16곡에 2곡의 신곡, 그리고 한때 CF에 삽입되어 인기를 모은 'Four To The Floor'의 리믹스까지 총 19곡이 수록된 베스트앨범이다. 그 중 데뷔앨범에서만 6곡을 수록하여 과연 이들의 빛나던 때는 (미안하지만) 데뷔 때가 아닌가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무튼 간만에 이들의 음악을 들으니 옛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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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Bruce Springsteen - Nebraska [2014 Remastered]
브루스 스프링스틴 (Bruce Springsteen) 노래 / Columbia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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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프링스틴, 흔히 보스라 불리는 이 남자는 '82년도에 이 앨범을 발표할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본 앨범 바로 전 앨범이 더블타이틀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The River'였고(사실 보스의 대부분의 앨범이 명반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다음 앨범은 미 전역을 휩쓸었다던 바로 그 노래가 수록된 'Born In The U.S.A'이라니. 이 무시무시한 두 장의 앨범 사이에 바로 이 네브라스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 역시 '죽기 전에 들어야 할 1001장의 명반' 등의 리스트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또다른 명반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참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다. 화려한 두 정규앨범 사이에, 오직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메인스트림에 저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상에 오르는 아이러니...보스만의 얼터너티브를 고른다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황량하고 쓸쓸한 미 서부 지역의 건조함을 사내의 거친 음성과 단촐한 기타 하나로 투박하면서도 진솔하게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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