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될것

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인상 깊게 읽어서 항상 궁금했던 작가님인데, 2020~2023년 동안 적은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 새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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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유진’언니, 모르는 사람과 알 수 없는 문자를 이어가는 ‘ㅊ ㅅㄹ’ 등 잔잔하고 기분 좋은 단편으로 시작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범용화된 근미래 배경의 ‘인간의 쓸모’에서는 갤럭시존이나 타운존으로 나뉘어 생활하게 되고, 배아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3년째 직장을 다니며, 아빠의 환갑 식사를 준비하는 ‘디너코스’ 속 주인공이 내 나이와 비슷해서 제일 공감이 갔다. ‘홈 스위트 홈’에서는 현재까지 내가 살아온 집과 암의 발병과 재발을 거듭하며 자책감을 느끼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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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속 주인공을 읽을 때마다 계속 나와 내 주변 누군가가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단편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거쳐온 집들도 생각나고, 이제 막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인이 생각나서 두 번이나 다시 읽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불안한 미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있어, 최진영 작가님 팬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THE MONEY BOOK 더 머니북

THE MONEY BOOK 더 머니북 -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
토스 지음 / 비바리퍼블리카 / 2024년 5월

평소 잘 쓰고 있는 토스에서 금융 책이 나왔다길래 궁금했는데, 책도 너무 예쁘고 문답형 목차가 흥미롭다! 직장 다닌 3년 동안 재테크나 금융 책을 읽을 때마다, 어떤 책은 너무 쉽고, 어떤 책은 너무 어려운 경우가 있었는데, 이 책은 딱 그 중간이었다. 사람마다 흥미 있는 분야나 금융지식수준도 다른데, 이 책은 사회 초년생은 물론 노후준비까지, 어떤 타이밍에 읽어도 유익할 것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투자 목적의 부동산 내용은 나한텐 와닿지 않아서 매번 휘리릭 넘기곤 했는데, 이 책에는 실거주 목적의 청약, 전세 계약, 부동산 거래 시 유의점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의외로 재밌었던 부분은 보험과 세금이다. 보험은 '혹시나' 싶은 심리를 교묘하게 건드린 상품이라는 생각에 이미지가 그닥 좋진 않지만, 꼭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나한테 정말 필요한 보험을 찾고 적절한 시기에 현명하게 가입하는 법 등 한번쯤은 공부해두면 좋을 보험상식들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세금이나 연금에 관해 평소 궁금할법한 내용들이 문답형으로 적혀있어 술술 잘 읽힌다. 토스가 후발주자라 참신하고 차별화된 행보를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책 디자인도 너무 예쁘고 내용도 생각보다 재밌었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ㅣ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강렬한 유산이 많은 고대 이집트, 풍부하고 심오한 그리스 철학과 고대 중국 철학을 시작으로 비밀에 둘러싸인 로마 공화국의 방대한 고대 시대 이야기가 나온다. 이어진 중세 시대는 거의 모든 제국들의 번영과 쇠퇴를 담고 있고, 종교가 박해받으며 더욱 성장한다. 항상 궁금했던 인도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나라다. 인쇄술과 산업 혁명이 일어났던 근대 시대에는 종교개혁과 프랑스 혁명 등 혁명의 시대였다. 이어진 현대 시대에는 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서 공산주의, 독재, 연합 등 갈등과 화합을 담았다.

역사책을 평소에도 좋아하는데 핵심 키워드와 간단한 상식용 역사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의 큰 흐름을 느끼기 딱이었다. 역사 교과서 맨 앞장에서 주로 나오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을 시작으로, 끝없는 갈등과 화합이 계속된다. 책의 가장 끝부분에서도 테러와 인종차별 등의 위기를 적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평화보다는 계속되는 이념 갈등과 전염병, 기후 위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문명이 이런 이야기를 글로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불길한 신호라고 한다. 문화적으로 말살당하고, 위기를 느껴 이야기가 끊길 것을 대비해 기록해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사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 같다. 가볍고 재밌게 세계사를 훑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100자평] 조선 소녀 찔레

조선 소녀 찔레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심진규 지음 / 다른 / 2024년 6월

흥미로운 병자호란 역사 이야기를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는 책

조선 소녀 찔레

조선 소녀 찔레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심진규 지음 / 다른 / 2024년 6월

'다른 출판사' 청소년 문학은 항상 역사를 쉽고 재밌게 소개해 줬는데, 이번엔 병자호란을 읽어봤다. 군에 징집되어 심하게 다친 아버지를 보살피던 찔레는, 다시 침입한 청나라의 군사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찔레를 비롯한 많은 조선인이 끌려가는 길에는 신분도 의미 없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잔인한 건 청나라 군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첩이 되어 편한 생활을 누리자고 유혹하는 조선인들, 청나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끌어내리는 조선인들도 많았다. ​

백성들이 시장에서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상황을 본 소현세자와 세자빈은 최대한 조선인을 구해 함께 살아남고자 했다. 소현세자는 서양 기술을 조선에 전파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었고, 찔레는 조선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이 꿈의 결말을 알고 있다.

역사에서 ‘만약에’는 없다. 만약에 소현세자가 청나라의 문물과 서양의 기술을 조선에 알렸다면, 그래서 조선이 더 강한 나라가 되었다면, 찔레와 같은 소녀들이 조선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환대를 받았다면. 이런 만약은 의미 없지만,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쉽게 접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는 책이다. 이 시리즈 책을 세 권째 읽어보는데, 읽을 때마다 재밌고 술술 읽혀서 너무 만족스럽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