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목욕
유두진 지음 / 파지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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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강기웅은 P사 제품디자이너로 근무 중, 권고사직을 제안받는다. 거부한 결과, P사 스포츠센터의 목욕탕 청소부로 강제 발령이 나게 된다. 이에 맞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투쟁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 앞의 무력함과 막막함이 잘 느껴졌고, 회사의 구질구질한 만행과 배째라는 식의 태도를 계속 보니 독자인 나마저도 주인공을 제외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느낌마저 들었다. '부당전직 구제신청'과 '산별노조'등 여러 방안으로 회사에 맞서 싸우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렵게 받은 좋은 소식에도 회사는 갈데까지 가보자, 라는 식으로 나와 더욱 암담한 상황에 빠진다. 시간을 끌면 결국 지치는 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본 강기웅의 불합리한 사연이 소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불완전한 고용과 직장내 갑질, 따돌림 등 노동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싸워 이기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래서 연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예전에 친한 친구 어머님이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으며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걸 들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며 당시에도 마음이 아팠지만, 이 책 내용과 같은 현실을 겪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힘겹게 싸워나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책 뒷표지에 '무리하게 권선징악적 결말을 연출하거나 억지로 카타르시스를 유도하지 않습니다.'라고 되어있다. 결말이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게 제일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싶다. 노동, 인권, 사회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물론,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더더욱 인상적으로 읽으실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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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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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개의 단편이 나오고 책이 얇아서 한 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이유리 작가님 책은 처음 봤는데 소재가 너무 특이하고 재밌다 ㅋㅋㅋㅋ 표지도 이쁘고 양장이라 맘에 쏙 든다.

(1)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야만 진짜 소멸할 수 있는 사후세계가 배경이다. 영화 코코 생각났다. 나는 죽었지만, 나를 평생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 혹시 잊게 되더라도 기쁘게 잊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2)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소라'를 연인에게 선물하게 되고, 그 이후의 현실적인 이야기다. 예전에 학교에서 일본어 시간에 '사토라레'라는 영화를 틀어줬던 적이 있다.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내용을 일정 거리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들을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당시 나한테 꽤 인상 깊었는데 오랜만에 그 영화 생각났다. 내 마음속에 있는 소리를 선물한다니,, 무한한 상상이 가능했던,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었다.

(3) 전세사기를 당한 부부는 집에 요정을 키우고 있다. 친구의 꾀임에 넘어가 이 요정으로 무언가 돈 벌 궁리를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XX 코인처럼 페어리 코인이다.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사랑'을 배경으로 하며 귀신, 마음소라, 요정을 통해 신비롭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부모와 아들의 다툼, 연인의 헤어짐 등 일반적인 일상에 판타지 요소 한 스푼 들어간 느낌이다.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마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평범하고 따뜻해서 좋았던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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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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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괴물과 그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추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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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16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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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지금까지 4권 정도봤는데, 이번 책 역시 짧고 흡입력있고 신선하다. 저자 소개 첫 줄에 '괴물을 사랑한다.'라고 되어있어서 진짜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다운 소개라고 생각했다 ㅋㅋㅋ 좀비, 괴물과 같은 기이한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배경을 갖고 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외모로 따돌림을 당하고, 히키코모리처럼 살던 주인공 박종찬은 하이바를 쓰고 나오는 이슈 유튜버가 된다. 자신의 외모를 보고 울었던 여학생이 아이돌이 된 것을 보고 학교폭력 관련 증거를 수집해 유튜브에 올리고, 파장이 커짐에 따라 조회수도 올라가게 된다. 유튜버 하이바는 약간의 진실에 자극적인 거짓을 섞어 방송하게 되고, 점점 인기와 돈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외모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이 불쌍하다가도 자극적인 영상편집과 업로드를 보면 소름돋기도 했다. 사실 이슈유튜버의 미끼 던지기와 우르르 몰려서 누군가를 마녀사냥하는게 실제로도 있는 사건이기에 읽는 내내 씁쓸했던 것 같다.

안전가옥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짧고 흡입력 있는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도 추천드린다. 주인공 박종찬의 마음를 따라가다보면 불쾌하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뒷부분 후기를 보니 김혜영 작가님의 다른 쇼트<푸르게 빛나는>과 내용이 연결된다고 하니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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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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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는 23인의 짧은 에세이로, 문학과 소설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박솔뫼, 정용준, 정지돈, 최진영 등 책을 읽어봤던 작가님들도 계셨고, 처음 보는 작가님도 계셨다. 소설을 읽기만 했지 소설 쓰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 어떤 상황, 어떤 기분으로 글을 쓸까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 작가님들의 다채로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소설로 독자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잘 느껴졌던 정소현 작가님의 '쉽게 배운 글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읽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 소리에 집중하시는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을 위한 낙서’ ,길 잃고 헤매는데 왜 소설을 쓰는지에 방점을 둔 최진영 작가님의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 등 작가님의 개성이 가득 드러나는 에세이다. 읽다 보니 ‘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에 대한 물음도 생기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재미의 이유가 가장 크지만, 든든한 응원, 위로, 새로운 시각 등 기대 이상의 것들을 마주하다보니 더더욱 소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난 특히나 더 호기심이 많아서 이건 무슨 내용일까, 하고 관심 갖고 펼쳐보게 된다. 이 책에 나와있는 작가님들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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