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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평점 :
모든 사람의 머리에 블랙박스가 심어져, 죽음의 상황을 리플레이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블랙박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 [더 블랙]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의 뇌에 심어진 블랙박스를 통해 죽음의 원인과 상황이 명백히 드러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큰별' 형사는 사건을 처리하던 중, 블랙박스가 훼손되어 영상이 없다는 의문스러운 통보를 받는다.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자, 이것이 단순 오류가 아니라 [더 블랙]이 의도적으로 블랙박스를 삭제해 죽음을 은폐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결국, 큰별형사는 이 거대한 기업에 맞서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진짜 경찰이 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인간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 블랙박스가 도입된다는 소재가 참신하다. 교통사고처럼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블랙박스가 매우 유용하지만, 인간의 죽음에 블랙박스?! 생각도 못 해봤다. 특히 요즘처럼 CCTV도 많은 시대에서! 목격자 없는 사건이나 의문사일 때는 확실히 유용하겠지만, 병사나 자살, 고독사처럼 현장 분석만으로 사인을 밝힐 수 있는 경우에 굳이 블랙박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까? 경찰과 국과수가 해야 할 일을 블랙박스가 대신해준다는 점에서는 유용할 수 있겠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개인과 기업, 선과 악이라는 대립 구도가 다소 뻔하지만 아이디어가 재밌고, 전체적인 내용이 쉬워서 킬링타임용으로 후루룩 읽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