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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찌니 주의보> 처음에는 제목을 접하고,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을 자아낸 소설이다. 주의보란, 폭풍, 해일, 홍수 등 재해 발생 가능성이 예측될 때 발령되는 예보이다. 그렇다면 찌니주의보란, 찌니로 인해 발생될 다양한 사건에 대해 발령되는 예보일까?
정지아 작가님이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맛깔나게 나올꺼라는 예상을 누구나 조금씩을 예상할 것이다. 역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초입부터 두둥!! 등장한다. 마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예상치 못한 레지(?)의 등장부터 쇼킹했다. 성진이와 혜진이 두 찌니들이 평균연령 72세의 조용한 수평마을에 와서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주민들과의 이야기이다. 정겨운 이웃들이 찌니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면서 마을은 혼란에 휩싸인다. 마을 회의에서 쫒아내자는 사람, 거리를 두자는 사람, 그리고 가만히 응원을 보내자는 사람까지. 어쩌면 레즈비언이라는 소재가 무겁게 다가올 수 있었지만, 작가 특유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경쾌한 대화체 덕분에 생동감 있고 따뜻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레지(이 책의 수평마을 사람들이 레즈비언을 부르는 말이다)를 대하는 수평마을 사람들의 혼란이 이 책 말미에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될 것이다.
수평마을 사람들이 문고리에 걸어둔 호박전, 나물반찬, 장조림 이런 음식을 매개로 하여 미안하다거나 걱정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대신 반찬을 챙겨주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밥상 위에 가득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한솥밥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뭉클한 울림을 준다. 상처받아 숨어들었던 찌니들과 낯선 존재를 서툴게 대하던 마을 사람들이 천천히 서로의 삶에 자리를 내어준다.
‘수평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이 마을에서 모두가 똑같은 모습이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과 편견, 과거의 아픔을 그래도 지닌 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관계의 높이다. 세대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다.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상처를 알아보고 옆에 있어주는 것은 가능하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처럼 조용히 흐른다. 하지만 그 사소한 다정함들이 모여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고, 타인을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는 믿음을 일깨워준다. 낯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선뜻 시간을 내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오래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창비로 부터 도서는 제공받았으며 저의 개인적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