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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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스미스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보게된 책이다. 

글 작가 조던 스콧과 그의 아버지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잘 구성해낸 작품이라 더 천천히 읽었던 것도 같다. 그림 작가는 글 작가의 호흡을 위해 얼마나 고민해서 그림으로 표현했을까. 어린 조던의 마음을 담으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민을 했을 것이다.

책을 받고 나서 사실 놀랐었다. 그림책은 모든 물성도 활용한다는데 이 번쩍이는 표지는 무엇인가, 아쉽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요 근래에서야 내가 아직 그림책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전래동화 그림책의 표지가 한지의 느낌으로 처리된 것을 보다가 문득 이 책이 생각났다. 분명 이런 느낌의 표지여서 아쉬운 마음으로 쓰다듬어 보려고 책꽂이에서 뽑아냈다. 그런데 아차 싶은 것이다. 이 표지는 강물을 표현한 것이었다. 표지 그림에서 아이가 느끼는 저 촉촉하고 반짝이는 강물의 느낌, 바로 저 아이의 말. 아이 눈을 부시게 하는 물의 표면을 보고 '나의 느린 말도 빛나는 말'이라고 느끼는 순간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나 부끄럽던지, 미안하던지, 그리고 이해가 되던지 아이를 안듯 책을 한 번 안아보았다. 

항상 느끼지만 나는 부족하다. 이 해석 역시 내 느낌일 뿐이고 누군가 과하다고 지적할지 모른다.  세상 그 누구의 말도 진심이 담긴다면 더듬거나 혹은 뱉아내지 못한다해도 물처럼 힘도 있고 빛도 내는 귀한 말임을 기억하고 싶다. 나의 귀도, 생각도, 말도 더듬을 때가 많다. 실컷 더듬어도 상처주지 않고 바른 줄기로 나아가는 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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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 시티 이야기 - 202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수상작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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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지인 두 분을 포함한 세 명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나마 꼭 원서를 읽어보자고 시작한 숀 탠의 작품이었다. 어떤 문장은 시와 같고 어떤 문장은 신문 기사 혹은 전문 서적의 글 같아서 허둥대며 보았다. 토론이나 확장 공부를 통해, 또는 숀 탠의 그림 한 장으로 이해되지 않던 글이 탁, 하고 풀릴 때는 그의 생각의 깊이나 사고의 폭, 표현하는 방법에 놀라워했다. 참 즐거운 공부였다. 

어느날 번역서가 나온다고 해서 예약해 구입하고도 펼쳐볼 수가 없었다. 그 말들을 어떻게 이해시켜 줄지, 그 재치를 번역으로 우리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었다. 공부가 거의 끝날 즈음에야 용기를 내 펼쳐보고는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게다가 초등용이라니. 어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우리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출판사와 번역가에게 더 기대가 컸다. 우리가 그렇게 절절 맸으니 말이다. 

결국 원서 공부를 권하고 싶다. 번역을 잘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숀 탠이 왜 이런 말을 할까, 하필 이런 표현을 써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이 그림은 글의 어느 부분과 관련지은 것일까, 이 동물과 인간을 연결한 접점은 무엇일까 등에 대한 고민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한 편의 글이 마무리되는 책이다. 그리고 절로 인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번역서를 읽는다면 원서도 곁에 두고, 한 번에 한 편씩만 읽으면서 토론을 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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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6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박건웅 지음, 님 웨일즈 외 원작 / 동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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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거친 그림을 통해 김산의 삶이 어떠했을지 느낄 수 있게한 책이다. 김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조선의 독립만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일본의 악행에 맞선 것이다. 빠른 속도로 읽고 재독, 삼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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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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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닭, 개.... 셋의 시선이 동일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표지가 내용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목과 작가의 이름은 한글 자모를 따로따로 떼어와 붙인 것인데, 이제 글을 익히는 누군가가 책놀이라도 한 모양이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살면서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식사를 먹어치우며 사는 한 살배기 남자 고양이, 고양순. 살이 오동통한 생선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양순이는 하늘에 둥실 떠오른 생선을 독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도심으로 향하지만 꿈은 이루지 못한다. 늘 그러하듯이 경험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이토록 혹독한 경험을 치렀으면 정신을 차리련만, 여전히 오동통한 생선에 대한 집착은 가시질 않고 이제는 티브이에 나온 고래를 먹으러 외국으로 나가려는지 영어공부까지 하나보다.

뭐라고 할까...
우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구태의연하게 여겨질 때, 무엇이 내 심장을 떨리게 하는가. 우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그것을 하며 살라고 하는 조언을 많이 듣고 읽어왔다. 과연 그것이 최선인가. 살짝 찜찜한, 뭔가 미흡한 것이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입 밖으로 그 기분을 말하기도 어중간한, 그 무엇. 나는 그것이  '뒷감당', 혹은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신중한 성격의 인생 선배들은 말해 준다. 그 모든 것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것은 너의 몫이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은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도 흔쾌히 수용한다. 하지만 많은 베스트셀러, 인기 강사들이 "나아가라!!"만 말하고, 수많은 고양순들은 우~ 나아갔다가 씁쓸한 결과를 맞는다.
그럼에도 고양순이 밉지 않은 것은, 축 처진 어깨로 돌아앉아 울고만 있거나 부정적 결과를 은폐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영어책까지 보며 외국으로 가려 한다. 글자를 알았다면 애드벌룬에 포크를 꽂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배워서일까.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이뤄내는 성공은,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자만이 맛보는 열매인 것 같다.

언젠가 고양순은 몸길이 20-24미터, 몸무게 30-80톤짜리 수염 고래의 수염이라도 어깨에 메고 돌아올 테지.
힘내자, 우리들, 고양순!!!

 

양순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저기다! 거의 다 왔어.
이젠 올라가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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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 튼튼곰 3
이수영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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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다. 텔레비전이 고장 나면 이 책 표지의 가족처럼 경악하게 된다.
앞, 뒤 면지는 텔레비전이 고장 나면 '치칙'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흐르던 줄무늬 같은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민수네 가족은 텔레비전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눈 아래는 다크서클이 있고, 아침엔 늘 허둥대며 출근하고 등교한다. 엄마의 하루는 온통 텔레비전과 함께 하고, 집에 있는 아빠는 텔레비전을 향해 있다.
고릴라가 동물원을 탈출해서 민수네 집 거실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이웃들은 겁에 질려 떨고 있어도 이 가족은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하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그런데 리모컨 쟁탈전을 하던 중, 텔레비전이 고장 나고 말았다. 수리 기사님이 오기까지 세 식구는 황량한 사막에 앉은 기분이다.
투덜대며 밀린 이불 빨래를 시작하자, 민수는 슬슬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욕조는 낙타처럼 커 보이고, 집안일이 귀찮은 아빠를 골려 주려고 시작된 일이 놀이가 되어버린다. 적막한 사막 같던 집안은 괴물이 나오는 정글도 되고, 비빔밥 먹을 땐 초원도 되고, 그림자놀이를 할 때는 별이 가득한 밤의 언덕도 된다.
한바탕 즐거운 밤을 보낸 다음날, 수리 기사님이 오시겠다고 전화를 걸어왔지만 민수는 방문을 거절하며 엄마 아빠한테 의미심장한 웃음을 띤다.

사막의 경치를 그린 부분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성'이라는 작품을 빌려왔다.
달리의 그림은 심리학적인 해석이 다양한데, 이수영 작가님을 만나게 되면 이 그림을 접목한 이유를 여쭤보고 싶다. 다만 내 나름으로 엮어보자면, 결국은 현실(의 시간) 따위는  잊고 유년의 시간으로 돌아가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의미는 아닐까 싶다.
어른들은 힘들고 피곤하다. 아이들도 그렇다. 아이들이 열심히 보낸 하루를 위로받는 방법은 부모와의 살붙이기와 놀이일 것인데, 부모들의 방식은 엄연히 아이들과 다르다. 쉬고 싶은 것이다. 서로의 방식은 너무도 다르고, 결국 함께 택한 것은 텔레비전이었다. 부모가, 텔레비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 즐겁게 살아갈지 방법을 잘 모른다. 이 집에서는 운이 좋게도 텔레비전이 배제되는 기회가 주어졌다.
소소한 일상이 온 가족에게 놀이처럼 다가오는 하루가 되었다.
매일은 어렵겠지만, 가끔은 부모나 어른이라는 사실을 접어두고 아이처럼 유치해 보면 좋겠다.

예전에 어떤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눈물은 사라져가고 (하 하 하 하) 우린 꿈을 꾸듯 언제나 행복하게 이리저리 날아갈 거야...
아이들처럼 살면 좋겠다.


텔레비전 수리 기사입니다. 오늘 몇 시쯤 방문하면...
민수는 딱 한마디만 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어요.
우리, 텔레비전 안 고쳐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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