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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순 ㅣ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평점 :
고양이, 닭, 개.... 셋의 시선이 동일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표지가 내용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목과 작가의 이름은 한글 자모를 따로따로 떼어와 붙인 것인데, 이제 글을 익히는 누군가가 책놀이라도 한 모양이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살면서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식사를 먹어치우며 사는 한 살배기 남자 고양이, 고양순. 살이 오동통한 생선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양순이는 하늘에 둥실 떠오른 생선을 독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도심으로 향하지만 꿈은 이루지 못한다. 늘 그러하듯이 경험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다. 이토록 혹독한 경험을 치렀으면 정신을 차리련만, 여전히 오동통한 생선에 대한 집착은 가시질 않고 이제는 티브이에 나온 고래를 먹으러 외국으로 나가려는지 영어공부까지 하나보다.
뭐라고 할까...
우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열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구태의연하게 여겨질 때, 무엇이 내 심장을 떨리게 하는가. 우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그것을 하며 살라고 하는 조언을 많이 듣고 읽어왔다. 과연 그것이 최선인가. 살짝 찜찜한, 뭔가 미흡한 것이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입 밖으로 그 기분을 말하기도 어중간한, 그 무엇. 나는 그것이 '뒷감당', 혹은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신중한 성격의 인생 선배들은 말해 준다. 그 모든 것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그것은 너의 몫이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은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도 흔쾌히 수용한다. 하지만 많은 베스트셀러, 인기 강사들이 "나아가라!!"만 말하고, 수많은 고양순들은 우~ 나아갔다가 씁쓸한 결과를 맞는다.
그럼에도 고양순이 밉지 않은 것은, 축 처진 어깨로 돌아앉아 울고만 있거나 부정적 결과를 은폐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영어책까지 보며 외국으로 가려 한다. 글자를 알았다면 애드벌룬에 포크를 꽂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배워서일까.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이뤄내는 성공은,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자만이 맛보는 열매인 것 같다.
언젠가 고양순은 몸길이 20-24미터, 몸무게 30-80톤짜리 수염 고래의 수염이라도 어깨에 메고 돌아올 테지.
힘내자, 우리들, 고양순!!!
양순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저기다! 거의 다 왔어. 이젠 올라가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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