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지난 딸이 한창 퍼즐놀이에 흥미를 가지고 만지작 거린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빤히 보이는 퍼즐 조각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어린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애가 탄다.

그리고 결국 손가락으로 이쪽 저쪽을 가리키며 내 손으로 퍼즐조각을 제자리에 끼워넣는다.

아이는 몇번 움직이다 퍼즐놀이에서 물러나버린다.

얼마 후 같은 퍼즐을 혼자 맞추며 박수치며 신나하는 아이를 본다.

그리고 다른 퍼즐들도 조각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자리 저자리 옮겨가며 혼자 자리를 찾아내는 딸아이.

새로운 조각을 손에 쥐고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를 본다.

(p. 157~158) "나보다 잘난 사람들한테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려면 어떤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 바로 이 자리, 이 시간,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토양이 되리라는 것을"

어쩌면 인생이라는 퍼즐 앞에 매 순간이라는 새로운 퍼즐조각을 하나씩, 하나씩 맞춰가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퍼즐조각들을 이리 저리 놓아보기도 하고, 지금 당장 이 퍼즐조각이 아니라면 잠시 놓아두고 다른 퍼즐 족조각을 맞춰봐도 된다. 퍼즐 조각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순간을 즐기며 차곡차곡 그 순간들을 쌓아 나가다보면 퍼즐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퍼즐하는 과정을 답답해하며 지켜던 내가 결국 훈수를 두자 아이가 흥미를 잃었던 것.

결국, 자신이 퍼즐 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휘둘러가며 자리를 찾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어떤 시간을 아이와 같이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살아가는 일상의 조각이 어느 자리에 놓여 어떻게 완성되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일상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일상의 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켜내는냐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롯이 나의 몫이다.

아이가 퍼즐을 맞추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고 퍼즐을 완성시켜 나갔든이 인생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찾으며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뿐이겠는가. 내 인생에서 나 또한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아둥바둥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의 조각을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여유를 가지기를 바래본다. 그것이 또다른 일상을 지키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p. 128) "그렇게 우리는 매일 어제의 우리와 이별하며 살다 결국 모두와 이별하게 될 존재라는 걸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더 넓은 마음으로,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마음껏 사랑하며 살 수 있을텐데"

일상을 소중히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이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별인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아이들과 함께 떠들고 뒹구는 순간,

남편과의 투닥이며 속을 끓이는 순간,

빗소리를 들으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이렇게 그 순간들을 글로 쓰다보면 특별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여전히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 그렇게 애쓰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이 소중한 순간들을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도 결국은 이별하게 될텐데 이별한 후에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으야 할텐데 말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따뜻하고 애틋해서 읽고 또 읽게 된다.

내가 봤던 드라마의 문장들을 보면서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뭉클하게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