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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린의 푸른 공방 ㅣ 인문 그림책 19
로마나 코슈트코바 지음, 베로니카 블코바 외 그림, 황유진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2년 12월
평점 :
색감이 예쁜 그림책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쪽빛 원피스를 입은 빨간 머리 소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냄새를 맡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건지 궁금해 졌다.
앙증맞은 풀과 꽃, 여러 곤충들과 과일, 색색의 버섯들 그리고 옆으로 누워있는 여자아이 인형이라니....무엇을 말하는 걸까?
쪽빛 날염 장인들의 장갑을 보면서 예술가의 고됨을 느끼게 되었고 체코의 쪽빛 날염에 관한 책이란 것을 예상해 보았다.
이 그림책은 전통공예 공방을 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쪽빛 날염 장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전통공예를 이어갈 아이가 없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일요일에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더러워진 인형을 발견하게 되어 집으로 가지고 와 깨끗이 손질해 주었다.
그 인형은 빨강 머리의 여자아이가 되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도와 쪽빛 날염을 배워나가게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빛의 소녀’라는 뜻인 아폴린으로 불리게 된다.
할아버지만의 푸른 왕국인 공방을 보여주면서 쪽빛으로 물들인 천들을 보여줄 때 신기한 듯 아름다운 천을 바라보는 장면이 바로 이 책의 표지 그림이 되었다.
아폴린은 쪽빛 염색을 위해서는 쪽이라는 천연염료가 필요할 뿐 아니라 비밀 제조법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폴린은 새로운 무늬도 만들어 보면서 할아버지의 마음을 흡족케 해준다.

<할아버지는 초록색이 된 천을 꺼내 들었어요. 여기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지요. 아폴린은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젖은 천에 공기가 닿으면, 초록색이 서서히 푸른색으로 변해요.>
초록색이 서서히 푸른 쪽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는 부분이었다. 그 신비로움에 많은 장인들은 그들의 고됨도 잊어버리고 이 일에 매진하였을 것이다.

할머니와 예배당을 꾸미는 모습도 새로워 보였다. 정성껏 예배당에 여러 무늬를 그리고 있는 할머니와 나무위에 올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폴린의 모습 모두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길 위에 있는 하얀 무늬는 아폴린의 솜씨는 아닐까? 예쁘게 단장된 예배당을 보면 모두들 마음이 행복해질 것이다.
염색기법 등을 설명해 주는 그림책은 처음인 것 같다. 직물을 염색하는 여러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쪽빛날염 염색에 관한 지식 그림책을 접하고 보니 염색하여 만든 앞치마를 갖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공방에서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과 책을 읽은 후 염색 작업을 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그림책은 전체적으로 쪽빛이 많이 들어가 있다. 마음을 쨍하게 만드는 쪽빛은 우리의 마음을 청아하게 만들어 준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그림책을 가만히 안아본다.
2018년에 쪽빛 날염 염색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체코, 헝가리,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5개국의 공동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