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스러운 표정이 한가득 그러나 절대 익살스럽지 않은 주제

표정 놀이터 같은 책을 만났다. 겉표지와 면지에 모두 다른 표정을 한가득 담은 노란색 그림책~ 볼 빨간 아이는 곁눈질하며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손으로 모자 끈을 놓치기 싫은 듯 잔뜩 움켜잡고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아빠는 얼큰이라는 별명을 부르며 응원을 한다. 아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친구들 앞에서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아이는 얼굴이 크다는 것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래서 늘 볼이 빨간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굴이 큰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아빠와 오빠~ 결국은 아이는 노란 모자달린 비옷 속에 자기의 큰 얼굴을 가리기로 결정한다. 늘 모자달린 비옷만 입고 다니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결코 모자 달린 비옷을 포기하지 못한다. 5, 6, 7월 달력을 보니 꽤 긴 시간 노란 비옷만 입고 다녔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속상하다. 이제 더운 여름이 되었는데 비옷 속에서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다. 치과에 가서도 잠을 잘 때도 모자달린 노란 비옷을 포기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던 중 뚱뚱한 몸을 감추기 위해 한 여름에도 점퍼를 입고 다니는 미소를 만나게 되는데 미소 또한 뚱뚱하다고 놀리는 엄마의 말에 더욱 자기 몸을 가리게 되는 것을 알 게 된다.

두 아이는 서로의 아픔을 알기에 서로를 응원하면서 비옷과 점퍼를 벗어 버리고 물속에서 노는 장면이 나온다.

이 그림책은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무심코 뱉어버리는 말 속에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것은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배가 나온 우리 딸을, 야채를 제대로 먹지 않는 아들을 사람들 앞에서 농담으로 아프게 했던 것을 후회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낮게 해주는 언어폭력을 부모인 우리가 하고 있으면서 너는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냐고 질책하지는 않았는지....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재미로 읽을 것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 그림책은 다른 그림들과는 다른 표현법으로 만들어서 인지 그림에 자꾸 눈이 간다. 그림을 그린 장경혜 작가는 필름 위에 유성펜으로 그린 후 필름을 얹어 마스킹 테이프와 색지만으로 배경을 꼴라주를 해서 작업하였고 최종 완성본은 필름과 배경 종이를 겹쳐 스캔하였다고 한다. 살짝 어긋난 배치로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하였다고 한다.

사실 이 그림책의 주제는 무겁다. 표정이 가득한 면지를 보면 우스운 생각이 들지만 주제는 절대 우습지 않다. 조금은 상반된 느낌을 주는 그림책이다.


나 얼굴 큰데?
그게 뭐?
나 뚱뚱한데?
그래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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