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행복학교 이야기
오영범 외 지음 / 아카데미프레스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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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은 책읽기가 참 잘 되는 곳 중의 하나다. 서가를 검색하다가 낯익은 이름 오영범 선생님의 책을 집어 들었다. '행복학교'에 근무해 본 경험이 없는 지라 간접 경험으로 밖에 알 수 없었지만 이 책을 보니 행복학교란 교사들과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체적 관심 전략'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한 아이가 있다면, 모든 교사들이 오며가며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방법으로 돌보는 것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이런 방법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라서 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 같다. 대규모 학교에서는 동학년 단위로 한 아이에게 모든 교사가 관심을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사말인 "안녕하세요" 대신에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인사를 받은 사람은 "사랑합니다"라고 응대를 해주는 약속을 한 것이다.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 운동을 한 적이 있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그런데 응대하는 인사말 "사랑합니다"에 감동을 했다. 


우리의 뇌는 순진하다고 하지 않던가. 입력되는 대로 믿어버리는 것. 결국 인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행복하겠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동시에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작지만 큰 일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의 이름들과 발행년도를 기억해 두기 위해 책표지를 선명하게 찍어 블로그에 올려 두었다. 그냥 평범한 교육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갔을 뿐이라고 하지만 읽고 있는 사람의 가슴에 잔잔한 여울을 준다. 그분들은 이런 독자가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이들 중심의 나눔을 통해 교육을 제대로 만들어 가고자 애쓴 일곱 분의 선생님들에게 '참교사'라는 이름표를 달아주고 싶다.


가위 바위 보 기차놀이, 팀 빌딩, 팀 이름, 팀 구호 정하기, 긴 줄넘기 활동, 인간 베개 놀이 등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친교를 위해 마련한 이 학교의 프로그램이다. 짐작이 가는 것은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6학년은 맏언니 노릇을 했을 것이고 동생들을 돌보는 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끌림과 가르침을 받는 동생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주 오래 전에 향우회라는 것이 국민학교에 있어서 각 마을별로 자치활동을 하는 경험을 해보긴 했다. 추억 소환까지 시켜 준다. 그때 언니들은 얼마나 훌륭해 보이던지...선생님 같았다. 옛교육 방식을 낡은 것이라 하여 우리가 버린 것이 또 무엇일까.


가정의 무관심 속에 있던 채린이가 조금씩 조금씩 아이들에게 다가 오고 말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입체적 관심 속에 가능한 사례 중의 하나다.


월요병이라는 이름이 일반적인 말이 될만큼 월요일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내키지 않는 날인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교사들이 도덕 시간을 재미있게 놀이로 준비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놀이긴 하지만 어떤 도덕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의도가 묻어 있는 것들이다. 이런 방법의 운영을 통해 아이들로부터 '내일은 어떤 놀이를 해요?'라는 SNS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곳에 길도 함께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경험만큼 강렬한 믿음도 없다. 도덕적 경험의 바탕 위에 책이나 자료를 통한 도덕적 가치를 더 부여해 준다면 신념은 더욱 더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놀이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마음이 열려야 창의적인 사고 등 생각이 일어나는 법이다. 모든 학습을 놀이로 할 수는 없기에 학습과 상관없는 놀이일지라도 가볍게 마음의 윤활유를 치는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몸놀이를 통해 몸도 풀고 마음도 풀게 해주는 장치는 학습을 위한 배려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 좋다. 아이들이 흥미로워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아이들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행동을 관찰하고 말을 관찰하고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끔 어머니들은 "우리 아이 꿈이 없어요. 나도 돕고 싶지만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여 보세요. 내 아이의 장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에 이끌리는지, 어떤 것을 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 무엇에 대해 주로 질문하는지..."라고 말해 주곤 한다. 관찰한 뒤 성찰하면 답은 거의 나오게 되어 있다.  


단편적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에 많이 치우쳤던 교육을 지금부터라도 사고력 신장 중심으로 바꿔야겠다는 인식이 들면서 그 동안 등한시해왔던 방법들이 하나 둘 다시 빛이 나려고 한다. 


간혹 우려가 되는 것은, 명명지어진 다양한 수업 방법들을 분해함과 새로운 조립없이 억지로 구현하려고 아이들을 속박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아이들의 개별 특성에 적합한, 거하게 이름도 붙일 수 없는 그런, 무수한 방법들의 개발은 그 아이하고 마주 서있는 개개 교사들의 특별한 특권이다. 거기로부터 나온 사례별 교육 방법들이야말로 진정한 교육방법일 것이다. 부단히 연수받는 것을 잠시 멈추고 내 앞에 선 아이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질문이다. 말꼬를 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벼운 질문인 것 같지만 문제의 핵심을 풀어낼 수 있는 근본 질문일 가능성도 높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할수록 좋다. 체험에서 우러 나온 것들이기에 여러 면에서 신중한 판단에 참고가 될 것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가 참 어렵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글을 쓴 교사의 자기평가가 감동스러운 이유다.


영상 세대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동영상을 좋아한다. 수학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인성적 요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동영상을 2분 안팎으로 보여 주고 무엇을 배웠는지 묻고 시작한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내면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는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상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열기 위한 교사의 고민과 그 고민의 해결에 동영상 자료를 활용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은 부모님 날에 대해 축하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들 또한 어린이날을 기다리게 되었을 것이다.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의 심정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선물을 받게 되면 어떻게 반응을 해주어야 할 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기쁨을 같이 나누고 슬픔도 같이 나누는 일이란 것을 배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는 기쁨을 배웠을 것이다. 삶과 앎이 하나가 된 장면에 저절로 무릎을 쳤다.


아이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멋있는 선생님들. 소인수 학급이어서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소인수라 한들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교사가 과연 몇이 될까? 부모님과 함께 반점에 간 아이들이 나눌 대화가 상상이 되어 맘까지 따뜻해진다. 부모님과 교육의 공동체가 되고 싶어하는 학교의 간절한 두드림이 보여 눈물이 났다. 


올해 초, 일본 소학교에 수업참관을 갔을 때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참여하고 나누는 아이들에게 감탄한 적이 있었다. 교사들의 어떤 노력이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일본 교사는 별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서야 부모님들의 철저한 자녀 교육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남에게 피햬를 주지 말라."라는 큰 지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사들은 반쪽의 날개로 힘껏 날아오르려는 새를 닮은 것 같아 그 고달픔이 애닯기만 하다. 기껏 횡단보도 교육을 시켜 놓으면, 부모들은 자녀 손을 잡고 아무 데서나 건너는 모습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 맥이 빠진다.   


결론,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흔히 교사들은 말한다. 같은 지도안으로 수업을 하지만 모두 다른 수업이 된다고. 교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공감과 더불어 다채로움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책을 기다리며, 저자들의 공유 노력으로 즐거운 책읽기를 하며 행복하였음에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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