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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에 숨은 훈민정음의 비밀
우세종 지음 / 모아북스 / 2024년 9월
평점 :
훈민정음에 비밀이 있다고? 세종대왕이 만들지 않았다고? 호기심이 났다. 어렵지는 않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술술 즐겁게 읽힌다. 한걸음 한걸음 걷듯이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자료들을 보며 저자는 의심과 호기심과 해소가 번갈아 나타나는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그 심정이 독자에게도 그려지는 책이다.
엊그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한강의 책(원서)을 구입해서 읽어보려는 외국인들이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는 말이었다. 영어원서가 아니라 한글원서라니! 책의 내용은 더 일파만파가 되겠지만 이 웬 통쾌함인가. 또 어떤 이는 "장차 한글이 세계공용어가 될 것이다."라고도 했던 게 떠오른다. 이 두 지점에서 나는 전율이 났다. 이게 진짜로 이뤄지는 거 아닐까? BTS의 뷔가 군대에서 한강의 책을 읽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는 내용을 전세계 아미들에게 전했다는 글도 보았다. 한글이 세계 널리 퍼져나가는 그림이 보인다.
이쯤에서, 훈민정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척 적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껏해야 배우기 쉽고 표현이 무궁무진하며, 세종대왕이 만들었다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과연 세종대왕이 썼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온 백성이 사용하도록 널리 알리는 일은 했다. 효도가 어떤 것인지 알려 효도하게 하는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독창적인 글자는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던 파스파, 산스크리트 등을 참고하여 만들었다는 점도 '해 아래 새 것은 없나니'라는 말이 적용됨을 보았다. 기존의 것을 관찰하고 그것의 변형 연구를 통해 좀더 나은 문자를 만들 수 있음을 보았다. 현재의 한글 또한 그 누군가에 의해 좀더 쉬운 문자를 만들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 즉 창의력이 민족의 DNA로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믿어도 될 것 같다.
아직 1장까지 밖에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에 대한 관심이 개인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다. 조금 안 것이지만 뭔가 뿌듯해진다. 너무도 소중한 한글인데 너무 몰랐다. 막연하게 '세종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믿고 그저 우러러보기만 했었는데, 그 물밑 작업을 한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터였다. 하지만 글자를 알아본 세종의 안목이 없었더라면 사장되거나 한참 늦춰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임금으로서 임금했다. 바쁜 일이 끝나면 마저 어서 읽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