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생 동물에게 길을 내줘요! - 동물과 인간 모두를 보호하는 생태 통로 이야기 ㅣ 더불어 사는 지구 85
조앤 마리 갤러트 지음, 오지현 옮김, 최태영 감수 / 초록개구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복잡했어요.
욕심도 나고, 반성도 들고…
아마 부동산 개발이라는 주제가 늘 그렇듯
양가적인 감정을 안겨주기 때문일 거예요.
야생동물들이 드넓은 자연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땅을
사람이 사서 개발하면
한 개인으로서는 분명 큰 부를 쌓을 수 있죠.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켠이 계속 찜찜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고요.
이 책은 그중에서도
‘도로’라는 개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도로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만약 어느 날
우리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무 동의도 없이
우리 집 앞을 가로막는 도로를 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출처 입력
집으로 가는 길이 막히고,
가족과 헤어지고,
늘 다니던 이동 경로를 잃어버린다면…
그건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삶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겠죠.
야생동물들에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에서는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사고,
즉 로드킬 이야기를 다룹니다.
숫자를 보는데 마음이 철렁했어요.
2019년 2만 건 정도였던 로드킬이
2022년에는 6만 건이 넘었다고 해요.
하루 평균 175마리의 동물이
차에 치여 죽고 있다는 이야기죠.
이 문제의 해답으로
책이 소개하는 것이 바로 생태 통로입니다.
생태 통로는
동물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다리나 터널이에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이미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사이의 추풍령 생태 통로예요.
고속도로와 철도로 이동 길이 끊겼던 이곳에
생태 통로를 만들자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이 실제로 이용했고,
로드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해요.
이 책이 좋았던 점은
“개발은 나쁘다”라고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도로로 인해 생기는
서식지 단절, 소음과 빛 공해, 외래종 문제까지
차분하게 짚어 주면서
인간의 기술이 어떻게 공존을 위해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거창한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운전할 때
야생동물 표지판이 있는 구간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달리기,
되도록 대중교통 이용하기,
도로 주변 쓰레기 치우기 같은
아주 작은 실천들이
생태계를 살리는 힘이 된다는 것도 함께 알려줍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사회에서
과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만 더 늦추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요.
우리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삶을 끊고 있지는 않은지,
그 길 위에서
사람도 동물도
함께 안전할 수는 없는지.
《야생 동물에게 길을 내줘요!》는
아이에게는 환경 감수성을,
어른에게는 깊은 성찰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