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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찢고 나온 주인공 ㅣ 책 먹는 고래 61
양지영 지음, 고은지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만화를 찢고 나온 주인공》은 총 6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이에요.
겉보기엔 동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 마음속 깊은 결핍과 상처를 다루고 있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동네의 이야기, 교통사고로 형을 잃은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정말로 만화 속에서 주인공이 튀어나오는 특별한 이야기까지.
읽다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상처를 극복하고 용기를 얻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어요.
저희 아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건 마지막 이야기 〈바다에 띄우는 편지〉였습니다.
시험 성적이 좋아 엄마에게 점퍼를 선물 받은 형. 그 옷이 부러웠던 동생 석이는 등굣길에 몰래 점퍼를 입고 도망가요.
그 모습을 본 형이 뒤쫓아오다 결국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남겨진 건 아들을 잃은 아빠와 형을 잃은 석이.
아빠는 여전히 과자를 두 개 사오고, 형의 방에 들어가 인사를 하며 형이 곁에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석이는 휴대폰 메시지로 형에게 계속 말을 걸어요. 하지만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너무 힘들어하며 그만하자고 소리치죠.
석이는 아빠에게 고백합니다.
“사실… 형이 죽은 건 내가 그 옷을 입고 도망쳤기 때문이에요.”
괴로움에 눈물을 터뜨리는 석이와 아빠는 함께 바닷가로 갑니다.
그곳에서 형이 어릴 적 주었던 돌맹이 이야기를 떠올려요. 둥근 돌, 뾰족한 돌, 세모난 돌… 돌멩이처럼 다양한 모습의 삶을 이야기하며 이제는 그만 미안해하자고 다짐합니다.
그러고는 바다를 향해 물수제비를 뜨며 형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죠.
저희 아이들은 연년생이라 정말 잘 놀고 잘 싸우는데요.
여동생은 특히 형이 떠난 후에도 휴대폰 메시지에 ‘1’ 표시가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 문자를 보내던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고 해요.
아마도 형에게 기대는 동생 모습에 이입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린 시절 사고로 사촌오빠를 잃은 경험이 있어, 이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만화를 찢고 나온 주인공》은 아이가 감정의 깊이를 배우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가볍게 웃으며 읽는 동화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눈시울 붉히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 특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