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 5월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검토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과 전기료 폭등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우려를 자극하는 일련의 여론전을 보면서 원자력 마피아로 불리는 기득권층의 강고함과 기존의 전력생산 체계에 균열을 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것임을 느낄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 비중이 30%정도로 다른 에너지원보다 높기는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진행된다 해도 20년뒤에나 그 비중이 절반으로 감축되고 그 기간동안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인데 이런 단계적 진행계획에도 적지 않은 반발을 보이는 배경에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재앙을 직접 겪지 않은 현실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빌 사고는 발생한지 30여년이 지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있지만 20세기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사고를 다룬 작품들이 몇몇 있는데 만화로는「체르노빌의 봄」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사고 발발 22년이 지난 2008넌 체르노빌을 방문하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그려낸 것으로 비록 여전히 절망의 땅이고 피폭된 사람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곳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생명의 희망을 그려냈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비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적 재난을 당한 벨라루스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그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로 지금까지 5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전쟁을 목격한 전쟁 고아들을 인터뷰한「마지막 목격자들」, 아프간전쟁의 참상을 다룬 「아연 소년들」을 낸 이후 주요 참상에 대한 글들을 써왔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작품이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지금까지 주요 사건에 대해 느끼는 당사자들의 인터뷰에 기반을 둔 작품활동을 해온 까닭에 목소리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독백 인터뷰와 더불어 망자의 땅, 조물주, 슬픔의 탄식으로 이루어진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우리에게 해방을 안겨주었지만 히로시마와 나카사키를 초토화했던 군사적 핵과 집집마다 전해지는 전력의 토대였던 평화적 핵이 결국은 쌍둥이었다는 지적이 독백을 관통하고 있다. 또한 딸이 앓는 장애가 체르노빌의 방사능 누출로 비롯된 전리 방사선․저준위 방사선과 관련이 있음을 확증하는 진단서를 받기 위해 4년을 노력한 한 부모의 이야기, 체르노빌에서 일하는 아버지로 인해 백혈병을 앓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빠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소년의 모습, 사고후 피해지역에 있는 주민들과 동물들의 이주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난후 날짐승, 땅속의 벌레에겐 어떻게 이를 알려줄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의 모습 등이 그려지고 있다.

 

작가가 서문에서 이야기하듯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과거의 참혹한 국가적 재난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어쩌면 반복될 수도 있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25년만인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했고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500여기가 가동 또는 건설중이라 항상 재난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탈원전이 세계적으로도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공론화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추상적으로 또 가볍게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30여년전 소위 평화적 핵의 참혹함을 겪은 이들의 절규와 분노의 목소리를 다시 기억하고 지금 곱씹어볼 필요가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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