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근래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출판된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출판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서의 지위를 유지해 온 이유를 ‘인문고전 독서를 강조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여섯 개의 장은 인문고전을 읽어야하는 이유와 인문고전이 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 그리고 인문고전 독법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는데, 이는 종합해보면 저자의 주장은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저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름의 논리를 제시하였고, 이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논리를 타당하게 전개해나가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추상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자신의 근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인용한 사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전과 비고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시작했다는 데 있다. 이지성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고전.”(22면)이라고 언급하면서 고전을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천재들의 저작”이라고 정의한다. 즉, 이지성이 이 책 전체에 걸쳐 말하는 ‘인문고전’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온 ‘천재’들의 인문학 저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의미에서라면 고전과 비고전의 명확한 구분은 불가능하다. 우선 ‘천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천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천재’의 생각이 늘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들의 저작이 완벽한 저작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또한 책이 존재해 온 시간으로 고전의 기준을 설정한다면 이는 ‘고전’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짧게는 100~200년 이상”되는 책이 모두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책이라고 한다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같은 저서들은 오랜 시간을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것이 ‘비고전’이며 ‘고전’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고전이라는 것은 한 ‘천재’의 머릿속에서 한 순간에 창조된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작자가 살았던 당시의 다양한 저서와 지식의 축적 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사실을 감안할 때 도서를 ‘고전’과 ‘비고전’으로 양분하여 전자에 더 우월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논리라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 책의 궁극적인 결론은 “인문고전을 읽어야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저자는 인문고전이 가지고 있는 효용성을 제시한다. 인문고전이 가지는 효용성에 대한 저자의 강조는 다음의 인용문에서 잘 드러난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의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접촉한다는 자체가 중요했다.(20~21면)



위의 인용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저자가 인문고전의 효용성으로 ‘삶의 변화’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일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글에서 우호적으로 서술하는 ‘변화한 삶’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저자의 주장이 어떤 점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변화한 삶’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자기 삶의 가치를 성장시켜 나가는 측면보다는 사회적 성공의 측면에 가깝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는 인문고전 독서가 “세상을 지배한 0.1%”를 만든다는 것을 끊임없이 논증하려 했던 것을 알 수 있다.(그 논증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뿐만 아니라 저자는 오히려 “당신이 이제껏 혁명적인 변화 없는 회사생활을 꾸려온 것은 당신의 삶에 이병철, 정주영 같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147면)라며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을 인문고전 독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반문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책의 주장을 “세상을 지배하는 0.1%가 되기 위해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즉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천재’처럼 사고함으로써 ‘천재’들처럼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위험한’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왜 위험한 결론일까? 나는 저자의 주장이 고전에 다양한 가치들이 내재되어 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고전 속에 내재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천재들’과 같은 방식으로 고전을 읽어야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문고전 독서’를 ‘과외’에 비유를 하고 있다는 것은 고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22~23면)


또한 이 책에서는 인문학의 자본주의적 효율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전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과 의미를 무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문학의 목적이 자본주의로 흘러가는 ‘위험한’ 결론으로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최초의 철학자는 최고의 투자가였다”(111면)거나 “물론 철학 그 자체에만 매진하는 것은 경제와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철학으로 단련된 두뇌가 경제에 뛰어드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112면)는 말은 그러한 위험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역시 인문고전의 가치와 의미를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국한 시킨다.


그러나 고전이 다양한 해석과 의미,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고전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며(35면) 인문고전을 어떤 특권층의 ‘소유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나는 저자의 생각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


앞서 내가 비판한 내용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여러 문제점을 가진다. 우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용한 사례들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아 인과관계가 올바르지 않고,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성급하게 사례들을 일반화하거나 내용이 모순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아랍 문화권이 과거에 유럽 문화보다 우수했던 것은 아랍인들이 인문고전을 읽었기 때문이라거나(40면), IMF를 만든 사람보다 인문고전을 더 많이 읽은 경제학자가 한국에 있었다면 한국이 IMF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115면) 저자의 언급은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였으면서도 그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 사례의 진실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게다가 각 장마다 자기 완결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이 서로 비슷한 주장과 논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글의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를 가진다.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인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책이다. 위의 다양한 점들을 살펴볼 때,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시키려고 하였지만 실제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이 책은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을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하여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자본주의적 효율성에서만 국한함으로써 고전이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영향들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요컨대 이 책은 고전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보여주지 못한 채 독자들에게 “리더의 삶을 살기 위해” 인문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이 강조하는 “고전 읽기”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그 부실한 논리와 사례에는 설득되지 못하였다. 정말 출판사 이름답게 한 편의 ‘문학작품’을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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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nyyeop_n 2015-05-15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와 느낀게 정확히 일치하고 있어서 신기하고, 그것을 글로 적었다는것에 놀랐습니다.